
“이건 그냥 안경이 아니라, 경험이야.”
한 중국 소비자는 상하이 젠틀몬스터 매장을 나서며 이렇게 말했다. 독특한 전시 공간, 미래지향적 디자인, 아트와 상업의 경계가 무너진 듯한 인테리어.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브랜드,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지금 이 브랜드가 만들어가는 스토리는 단순한 ‘선글라스 브랜드의 성장’이 아니다. K-럭셔리의 신화이자, 세계 시장에서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패션으로 풀어낸 하나의 예술적 전환점이다.
매출만 보면 명품급
젠틀몬스터의 실적은 이미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의 성장공식을 초월한 수준이다. 2023년 기준 연매출은 약 7,000억 원,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고, 올해는 1조 원 돌파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글로벌 아이웨어 브랜드들보다 훨씬 빠른 성장 속도다. 단일 품목, 선글라스·안경 중심 브랜드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수익성도 남다르다. 고급화 전략 덕분에 브랜드 단가 자체가 프리미엄화되었고, 이익률 또한 업계 상위 수준.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하이브리드 전략, 전 세계 30개국 450개 유통망, 그리고 자사몰 중심의 판매 확대는 젠틀몬스터 특유의 ‘브랜드 통제력’을 가능케 한 요인이다.
"안경이 아니라 문화다"…브랜드 전략이 다르다
젠틀몬스터의 성공은 단순히 제품력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파는 건 ‘상품’이 아니라 ‘경험’이다. 매장 자체가 하나의 전시 공간이며, 시즌마다 바뀌는 인테리어는 예술 전시나 퍼포먼스를 방불케 한다. 서울 가로수길, 베이징, 파리, 뉴욕, 홍콩 등 세계 주요 매장은 **‘포토존 성지’**로 불리며 관광 명소가 됐다.
이 같은 공간 전략은 브랜드의 ‘고급스러움’을 넘어 ‘독창성’으로 포지셔닝되며 MZ세대 글로벌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단순히 “좋은 안경”이 아니라, “이 브랜드는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협업의 귀재, 젠틀몬스터만의 감도
젠틀몬스터의 또 다른 강점은 ‘콜라보레이션’에 있다. 톰브라운, 마르지엘라, 디자이너 릭오웬스, BTS, 제니(Blackpink) 등 패션·음악·예술계를 넘나드는 협업은 브랜드를 상위 감도에서 유지시키는 핵심 동력이다.
특히 최근 제니와의 협업 브랜드 ‘Jentle Garden’, ‘Jentle Salon’은 론칭 직후 글로벌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젠틀몬스터의 영향력을 대중문화 전반으로 확장시켰다. 단순한 셀럽 마케팅이 아니라, 셀럽과 함께 브랜드 세계관을 구축하는 전략으로,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는 데 큰 효과를 거뒀다.
K-럭셔리의 길을 연다
젠틀몬스터는 K패션 브랜드 최초로 **‘럭셔리화의 공식을 완성해가고 있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도 크다. 기존의 K패션은 대체로 ‘가성비’나 ‘유행 반영 속도’에 집중했다면, 젠틀몬스터는 **정반대 방향, 즉 ‘희소성과 예술성’**을 통해 럭셔리 이미지를 구축했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은 물론, 유럽·북미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상승도 눈에 띈다. 특히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플래그십스토어는 **“동양적 미학과 서양적 구조미의 절묘한 접점”**이라는 평을 받으며 유럽 패션 업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젠틀몬스터는 향수 브랜드 ‘탬버린즈’, 뷰티 브랜드 ‘누데이크’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이다. 각각이 별도 브랜드로도 감각적이지만, 전체 세계관 안에서 연결되는 젠틀몬스터 유니버스가 소비자 충성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한 브랜드의 성공 그 이상
젠틀몬스터의 폭풍성장은 단순히 안경 브랜드 하나의 성공 사례로 보기 어렵다. 이는 K-콘텐츠, K-뷰티에 이은 ‘K-럭셔리’라는 새로운 문화 산업의 가능성을 연 사건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만든 브랜드가 전 세계 고급 쇼핑 거리에서 루이비통, 샤넬, 구찌와 나란히 서고, 그 앞에 줄을 선다. 그것만으로도 지금 젠틀몬스터가 만든 브랜드 가치의 무게는 남다르다.
젠틀몬스터는 지금,
한국 럭셔리의 새 기준을 써내려가는 중이다.
그들이 꿈꾸는 세계는, 단지 상품이 아닌 감각과 문화가 지배하는 시대.
그리고 우리는, 그 여정을 함께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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