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제왕 엔비디아가 움직이자, 공급망도 따라간다.”
최근 반도체 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이슈 중 하나는 바로 엔비디아의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이다. 특히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내 공급망 구축을 본격화하는 흐름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기업인 SK그룹 역시 ‘탈중국’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최전선에는 SK하이닉스와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등이 있다.
엔비디아의 결정, 세계가 긴장
시작은 미국 정부의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였다. AI 반도체, HPC(고성능 컴퓨팅) 관련 부품의 수출이 사실상 봉쇄되자, 엔비디아는 중국 생산 라인을 점차 축소하고, 미국과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등에 대규모 데이터센터·GPU 생산기지를 검토 중이고,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까지 미국 내에서 처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생산 기지 이동이 아니다. 엔비디아가 선택한 공급업체들도 미국 내 생산 인프라 확보가 '공생 조건'처럼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SK는 따라갈까? 이미 움직였다
이런 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국내 기업 중 하나가 바로 SK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미국 인디애나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 설립을 확정하고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AI 반도체용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북미 직접 공급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HBM은 엔비디아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메모리로, 향후 공급처 선정에서도 '미국 내 생산' 여부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SK실트론은 미국 미시간주에 웨이퍼 생산 공장을 확대 중이다. 파운드리와 메모리 양쪽에서 중요한 소재인 웨이퍼를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다면, 엔비디아의 신뢰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특수가스 현지 생산 확대를 위한 전략 파트너 물색에 나섰고, 그룹 차원의 ‘미국형 클러스터’ 구상이 물밑에서 전개되고 있다.
왜 미국인가? ‘IRA+CHIPS’의 인센티브
SK의 선택은 단순히 엔비디아의 의중을 따르기 위함만은 아니다. 미국 정부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과 **CHIPS법(반도체지원법)**을 통해, 반도체 인프라 투자를 전방위로 유도하고 있다. 세액 공제, 직접 보조금, 부지 제공, 인력 양성 프로그램 등 혜택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 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패키징 공장이 정부로부터 인정받으면 투자금의 최대 40%까지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다. 비용 절감은 물론, ‘미국 내 조달’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붙는 셈이다. 이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가격, 품질 외에 ‘정치적 수급 안정성’이라는 새로운 경쟁 요소가 추가됐음을 의미한다.
국내 생산은 줄어들까? ‘균형 전략’이 관건
그렇다고 SK가 한국을 버리는 건 아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천·청주의 기존 공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고, R&D 기능은 여전히 국내에 집중돼 있다. 다만 고부가가치 라인업, 특히 엔비디아와 연계된 AI 반도체용 HBM이나 관련 패키징 라인은 미국에 특화되는 구조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 정부와의 보조금, 전력, 입지 정책 등도 영향을 줄 변수다. 전문가들은 “SK는 ‘코어는 한국, 응용은 미국’이라는 이원화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며, “국내 생산 비중이 줄기보다는, 해외 투자 비중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엔비디아의 그림자, 한국 반도체 생태계도 변화 중
결국 SK의 미국 이전 움직임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 재편의 일환이다. ‘누가 어디서 만들고, 얼마나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느냐’가 기업 간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는 단지 SK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삼성전자, DB하이텍, 한미반도체, 원익IPS 등도 북미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엔비디아 공급망에 얼마나 가깝게 포진하느냐”가 곧 실적과 주가를 좌우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엔비디아가 움직이면, 시장이 요동친다.
SK도 그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미 미국 땅에 발을 디뎠다.
이제 중요한 건, 얼마나 빠르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느냐다.
탈중국 이후의 공급망 전쟁,
그 중심에는 SK와 엔비디아, 그리고 미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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