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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쓸 수가 없다”…계약직으로 버티는 서비스업의 민낯

mellow7 2025. 4. 16.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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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는 오르는데 매출은 제자리… 정규직은 이제 사치입니다.”

서울 도심 한 프랜차이즈 카페 점주는 최근 5명의 계약직 직원을 신규 채용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정규직으로 채용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한때 ‘서비스 품질은 사람에서 나온다’며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던 매장도, 이제는 시급 단가에 맞춰 인력 운영을 극도로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처럼 서비스업 전반에 ‘계약직 대체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매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물가와 인건비 상승, 사회보험 부담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업계는 정규직 채용에 ‘사실상 포기’를 선언한 상태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단기 계약직이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최대한 활용해 인건비를 낮추는 것. 그러나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정규직보다 계약직, 이유는 ‘돈’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서비스업 계약직 비중은 42.7%로, 10년 전보다 약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특히 음식·숙박, 유통, 콜센터, 병원 행정 등 비대면 또는 단순직무 분야에서는 절반 이상이 비정규 인력이다.

이런 변화는 인건비 구조에서 기인한다. 최저임금은 매년 오르고, 주휴수당, 퇴직금, 4대 보험까지 포함하면 정규직 1명 고용 시 드는 총비용은 시급의 1.5~2배에 이른다. 반면 계약직은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부담이 적다. 고정급 부담 없이 매출 흐름에 맞춰 인력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게는 사실상 ‘생존형 전략’이 된 셈이다.


불안한 고용, 흔들리는 서비스 품질

문제는 고용의 질이 떨어지면 서비스의 질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계약직은 평균 근속기간이 짧고, 반복되는 퇴사와 신규 채용이 매장 운영에 혼란을 준다. 단골 고객이 사라지고, 응대 매뉴얼은 지켜지지 않는다. 매니저의 피로도는 늘고, 고객 불만은 점점 늘어난다.

특히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프론트라인 업무에서의 숙련도 부족은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도 영향을 준다. 패밀리레스토랑, 호텔, 대형마트 등도 예외가 아니다. 이직률이 높은 계약직 인력 중심의 운영은 결국 ‘한 번 가고 다시 안 가는 매장’이 되는 결과를 낳는다.


기업 입장도 고충 가득

서비스 대기업 역시 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소비 둔화, 경기 불확실성, 외식·소비 트렌드 변화 등으로 예측 가능한 고정 매출이 줄어들면서 ‘유동적인 인력 운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CJ푸드빌, SPC, 이마트24 등 일부 기업은 ‘외주 인력’이나 ‘파트너사 파견’ 방식을 통해 유사한 고용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역시 정규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우회적 대응이다. 특히 점포 수가 많은 대기업일수록, 본사의 인건비 부담은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계약직 의존, 어디까지 갈 것인가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비스 품질 하락 → 고객 이탈 → 매출 감소 → 인건비 축소 → 인력 해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고용구조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본사 핵심 직군은 고임금 정규직이지만, 매장·현장은 저임금 계약직으로 채워지는 구조다. 동일 업종, 동일 브랜드 안에서조차 임금과 복지 격차가 벌어지는 이중구조는 조직 내부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


대안은 없을까?

정부와 업계는 ‘준정규직’ 제도 확대, 성과 기반 유연 정규직 도입, 고용지원금 확대, 직무 교육 강화 등의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일부 프랜차이즈는 ‘계약직에서 1년 후 정규직 전환’ 제도를 도입해 인재를 유인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서비스업이 고부가가치화되고, 그에 맞는 대가가 지불될 수 있는 소비 환경이 형성되어야 고용 구조도 안정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규직 채용은 이제 '기본'이 아니라 '선택'이 된 시대.
서비스업 현장은 그 선택을 하지 못할 만큼 현실에 쫓기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점주들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정규직 한 명, 계약직 두 명” 중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일지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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