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아침 7시 독서실. 하루 10시간 공부. 그렇게 20개월이 지나서야 합격증을 손에 넣었어요.”
이 말은 최근 9급 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한 한 수험생의 인터뷰 중 일부다. 공무원 시험 시장이 다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청년 고용 한파와 경기 불안, 불투명한 민간 기업 취업 환경 속에서, 다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 리턴’ 현상이 심상치 않다.
공시생들의 수는 줄어들 줄 모르고, 합격생들의 경험담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다시 늘어난 공시생, 왜?
2024년 하반기부터 공무원 시험 지원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23년까지만 해도 “이제 공시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 나올 만큼 수험 열기가 식는 듯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9급 국가직 시험 접수 인원은 전년 대비 12.4% 증가했고, 지역직·교육행정직 등 기타 직렬에서도 지원자 수가 줄줄이 늘었다.
이유는 분명하다.
고용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 채용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MZ세대는 ‘안정된 직업’의 가치를 다시 새롭게 평가하는 중이다. 특히 고연봉 스타트업 붐이 식으면서, “적당한 연봉 + 안정성 + 워라밸”을 갖춘 공무원직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진짜 합격자들은 어떻게 공부했나?
최근 9급 일반행정직에 최종 합격한 27세 김모 씨는 **“하루 평균 10시간, 20개월간 단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독서실에서 시간을 보내며, 영어·국어·행정법·행정학·한국사 등 5개 과목을 로테이션으로 돌렸다.
그는 특히 “처음 3개월은 기초 체력 싸움이었다”고 말한다. 암기보다는 이해를 중심으로 정리하며, 2회독은 6개월 내, 5회독은 1년 안에 끝내는 스케줄을 짰다. 또한 문제풀이보다 기출분석을 반복해 실수율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이와 유사한 루틴은 공시생 커뮤니티에서 ‘합격 루틴’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
인기 직렬은 더 치열해진다
공시생 증가와 함께 인기 직렬의 경쟁률도 다시 상승 중이다. 2024년 9급 일반행정직의 경우 평균 경쟁률은 48:1, 교육행정직은 60:1, 사회복지직은 70:1에 달한다. 특히 여성 지원자가 많은 사회복지·교육직렬은 여성 합격자 비율이 75%를 넘는 곳도 등장할 정도로 경쟁이 심하다.
이는 자연스럽게 ‘공시도 전략’의 시대로 이어진다. 단순히 많이 외우고 오래 준비한다고 해서 합격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 최근엔 과목 선택, 시간 배분, 멘탈 관리, 모의고사 전략 등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실제로 합격자 다수가 인강+스터디카페+노트정리법의 3박자를 조합해 자신만의 맞춤 루틴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의존도는 여전히 높아
공시생들의 평균 수험 기간은 약 1년 8개월.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사교육에 투자한 금액은 평균 500만~1000만 원에 달한다. 유명 인강 플랫폼, 현강 학원, 문제집, 요약노트, 시험 대비 모의고사 등 ‘합격용 콘텐츠’의 다양화는 계속되고 있으며, 유료 스터디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반 학습 앱, 자동 복습 타이머, 암기 체크 앱 등도 공시생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는 혼자 공부하면서도 시스템화된 루틴을 유지하려는 수험생들의 노력과 연결된다. 하지만 비용 부담 역시 만만치 않아 공시 사교육 양극화 문제도 점차 불거지는 중이다.
공시 열풍, 반가운 현상일까?
일각에선 공시생 증가가 반갑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청년층이 여전히 안정만 좇고, 창의적 일자리나 민간 산업으로의 유입이 부족해진다면 경제 전반의 역동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무원 정원은 한정돼 있어, 해마다 수만 명이 도전하고 그중 극소수만 합격하는 구조가 **청년들의 시간과 자존감을 갉아먹는 ‘공시 루프’**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도 누군가는 합격하고, 변화는 계속된다
그럼에도 공시는 여전히 많은 청년들에게 현실적인 희망이다. 합격자들은 말한다.
“단지 공무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는 힘을 길렀다”고.
그리고 이들의 경험은 또 다른 수험생들에게 나침반이 되고 있다.
하루 10시간, 20개월의 싸움.
그 끝엔 단지 시험 합격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한 사람의 서사가 있다.
공시생이라는 이름 아래 오늘도 수많은 이들이, 조용히 꿈을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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