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쇼핑은 사라졌고, 극장가는 썰렁하다. 한 해 중 소비 심리가 살아나는 3월, 올해는 달랐다. 통계로 확인된 결과는 '소비 한파' 그 자체였다. 의류 소비는 7% 줄었고, 영화관 관람객은 무려 35% 급감했다. 전통적인 봄 성수기 매출을 기대하던 가구 매장들도 판매 부진에 울상을 지었다. 고물가와 경기 불안, 금리 부담이 겹치면서 '지갑을 여는 즐거움'이 실종된 것이다.
통계청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전국 주요 소비 품목의 판매 실적이 전년 동월 대비 뚜렷한 감소세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의류와 영화 등 비필수 소비재 분야다.
패션업계는 3월에 신상품 출시와 봄맞이 할인 이벤트로 한 해 매출의 중요한 전환점을 기대하지만, 올해는 ‘반응 없음’이 현실이었다. 주요 백화점과 쇼핑몰의 의류 매출은 평균 7% 하락했고, 특히 2030 여성 타깃 브랜드들은 10% 이상 줄기도 했다. 실질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의류 소비는 당장 필요한 게 아니면 미루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더 큰 타격을 입은 곳은 극장가다. 한국영화의 흥행작 부재와 해외 대작의 지연 개봉 속에서 영화관 관람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급감했다. 주요 멀티플렉스 체인들은 일부 상영관을 임시 휴업하거나 좌석 수를 줄이며 비용절감에 나섰다. 콘텐츠 수요는 여전히 높지만, OTT 플랫폼 중심으로 시청 패턴이 옮겨가면서 영화관을 찾는 발길은 갈수록 뜸해지고 있다.
가구업계도 성수기를 놓쳤다. 일반적으로 3월은 이사와 신혼집 입주가 몰리며 가구·인테리어 판매가 크게 늘어나는 시기지만, 올해는 예외였다. 주요 가구 브랜드들의 매출은 평균 5~10% 줄었고, 오프라인 전시장 방문자 수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전셋값 하락과 입주물량 감소로 이사 수요 자체가 줄어든 데다, 대출이자 부담에 큰 소비 결정을 미루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비 위축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굳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가계는 ‘필수소비’ 중심으로 소비를 재조정하고 있고, 외식·문화·패션 같은 선택소비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여기에 고물가와 불확실한 경기 전망이 소비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계절적 수요’나 ‘이벤트 시즌’에 반짝 소비가 일어났다면, 이제는 그런 계기마저도 힘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젠 할인 행사 하나로 소비를 끌어내기는 어렵다”며 “필요해서 사는 시대에서, 정말 꼭 필요해서만 사는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2분기 중 소비 진작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의 체감은 여전히 싸늘하다. 정책 효과가 시장에 반영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 지갑을 열 의지를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3월의 소비 위축은 단순한 비수기가 아닌 ‘심리적 경기침체’의 상징이다. 소비자들은 ‘아껴야 산다’는 마음으로 옷을 사고, 영화를 고르고, 가구를 미룬다. 봄은 왔지만, 소비는 아직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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