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다시 움직였다. 8년 만에 미국과의 핵협상 재개를 공식화하며,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선 것이다. 고강도 경제 제재와 내수 붕괴, 청년층 실업과 정치적 불만이 맞물리면서 이란은 결국 ‘정면 돌파’보단 ‘대화 복귀’라는 현실적 선택을 택했다. 이번 협상은 중동의 군사적 긴장을 누그러뜨릴 기회이자,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다시 중대한 영향을 미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외무부는 4월 중순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비공식 핵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 체결됐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탈퇴로 사실상 붕괴된 이후 첫 공식적 협상 복귀다. 8년 만의 대화는 사실상 ‘경제 해제와 우라늄 농축 제한’이라는 교환의 복원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란은 이번 협상에서 핵심적으로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원유 수출 재개, 국제 금융망(SWIFT) 접근 허용, 외환 자산 동결 해제 등이 우선순위다. 현재 이란은 미국과 유럽의 제재로 인해 하루 20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 생산량 중 절반도 수출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정부 재정과 통화 가치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경제 위기는 이란 내부의 불만을 극대화했다. 2022년 ‘히잡 시위’ 이후 청년층과 여성들의 저항이 거세졌고, 고물가와 실업률 상승이 맞물리며 정치적 불안정성도 커졌다. 물가상승률은 한때 50%를 넘겼고, 공식 실업률은 15%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란 정부 입장에선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전면적 대결보다는 ‘조건부 협상’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바이든 행정부는 직접적인 외교 복귀에는 신중하지만, 유럽 국가들과의 간접 접촉을 통해 ‘제한적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내 후속 충돌을 막기 위해 이란과의 관계를 일부 개선하려는 전략적 여유가 필요해진 상태다.
이번 협상이 타결될 경우, 글로벌 원유 시장에도 즉각적인 파장이 예상된다. 이란은 세계 4위 수준의 원유 매장량을 갖춘 국가로, 제재 해제 시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 이는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 인플레이션과 금리 부담에 시달리는 주요국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은 우라늄 농축 농도를 3.67%로 제한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권한을 전면 복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60% 수준의 고농축 우라늄을 이미 확보한 상태에서 ‘단계적 해제’를 주장하고 있어 입장 차가 크다.
또한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의 반발도 변수다. 이란의 핵능력은 단순한 에너지 문제가 아닌 ‘안보 이슈’로 간주되고 있어, 외교적 마찰이 재점화될 수 있다. 특히 이란-이스라엘 간 군사 충돌 위험이 고조된 가운데 이란의 국제 복귀는 또 다른 균열을 낳을 수 있다.
이번 핵협상은 단순히 과거의 복원에 그치지 않는다. 중동의 지각변동과 글로벌 외교지형, 에너지 공급 안정성까지 걸린 중대한 외교전이다. 경제 위기에 몰린 이란이 어떤 카드를 내놓고, 미국과 국제사회가 이를 어떻게 수용할지가 향후 국제정세의 키를 쥘 것이다.
8년 만에 다시 맞잡은 손이 긴장 완화의 단초가 될지, 또 한 번의 실패로 기록될지는 향후 몇 달 안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 다같이 경제 공부 > ■ 뉴스 및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비 위축에 ‘도수 높은 술’ 외면… 위스키, 거침없는 질주 멈췄다 (0) | 2025.04.14 |
---|---|
폴더블 OLED 초격차… 삼성디스플레이, 애플에 단독 납품 ‘성공’ (0) | 2025.04.14 |
옷도, 영화도, 가구도 안 산다… 3월 소비 '봄바람' 실종 (0) | 2025.04.14 |
전자제품은 살리고, 반도체는 겨눈다… 美 상호관세 전략의 ‘선택과 집중’ (0) | 2025.04.14 |
차이나 엑소더스’ 포스코, 美·인도로 쇳물 중심축 옮긴다 (0) | 2025.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