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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위축에 ‘도수 높은 술’ 외면… 위스키, 거침없는 질주 멈췄다

mellow7 2025. 4. 1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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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급주류의 상징이었던 위스키가 최근 주춤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집술·홈술 열풍과 프리미엄 소비 확대에 힘입어 승승장구하던 위스키 시장이 올해 들어 급격히 냉각되고 있는 것이다. 도수 높은 주류를 기피하는 소비 트렌드 변화와 전반적인 내수 경기 침체가 맞물리며, 유통업계의 위스키 재고는 늘어나고, 가격은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위스키 시장의 둔화 흐름은 2025년 들어 더욱 뚜렷해졌다. 일부 수입 위스키 브랜드는 도매 공급량을 줄이고 있고, 대형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과거보다 할인 프로모션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순한 계절적 비수기가 아니라 구조적인 소비 위축이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무엇보다 위스키 시장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던 ‘홈술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팬데믹 시기에는 고급 술을 집에서 즐기려는 수요가 폭증하며 발렌타인, 조니워커, 글렌피딕 등 유명 브랜드 위스키가 불티나게 팔렸다. 한정판 제품은 ‘위스키 테크’라 불릴 만큼 투자 대상으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음주 빈도 자체가 줄고, 도수가 높은 술을 멀리하는 ‘저도주 선호’ 경향이 소비자의 선택을 바꾸고 있다.

20~30대 MZ세대 소비자층은 특히 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이들은 건강과 웰빙을 중시하며 술자리를 줄이는 동시에, 술을 마시더라도 와인이나 칵테일, 탄산주처럼 가볍고 분위기를 즐기는 저도주를 선호한다. 실제로 최근 하이볼이나 플라보드 소주, 탄산맥주 등의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위스키는 이러한 흐름에서 상대적으로 ‘무겁고 비싼 술’로 인식되며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가격 부담도 한몫한다.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속에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 때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 7만~10만 원 이상이 기본인 프리미엄 위스키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되는 소비'로 분류되며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과거엔 선물용으로도 수요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실용적인 선물 선호가 높아지며 위스키의 선물 시장도 축소되는 추세다.

유통업체들의 위스키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일부 대형마트는 위스키 진열 공간을 축소하고, 대신 하이볼용 저도주나 수입 맥주류로 재배치하고 있다. 백화점과 편의점에서는 ‘위스키 미니어처’나 ‘테이스팅 키트’처럼 소용량 제품을 앞세워 새로운 수요층 유입을 노리는 분위기다.

한편, 위스키 업계는 이 같은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하이볼 전용 위스키’, ‘저도수 블렌디드 제품’ 등의 신제품 출시로 반격을 꾀하고 있다. 산토리, 짐빔 등 일본·미국 위스키 브랜드들은 비교적 가볍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내세워 국내 시장에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반에 깔린 분위기는 신중하다. 지금의 위스키 시장은 단순히 한때의 유행이 꺾인 것이 아니라, 소비자 라이프스타일과 건강 인식, 경기 상황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 조정기라는 평가다.

고급주류 시장의 아이콘이었던 위스키가 한발 물러선 지금, 주류업계는 새로운 판을 짜야 할 시점에 놓였다. 더 이상 ‘멋과 여유의 상징’만으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
위스키의 시간은 이제 ‘도수’보다 ‘공감’을 기준으로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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