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위장 수입으로 흔들리는 국내 철강 생태계
최근 철강 업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정부의 고율 관세 장벽을 피하려는 중국산 철강 제품의 위장 수입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 사례가 '컬러후판 둔갑 수입'이다. 일반적으로 관세가 높은 철강 판재류 대신, 상대적으로 저관세 품목인 컬러후판(도장 강판)으로 신고해 들여오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제품들이 실제로는 컬러후판이 아닌 일반 후판이나 구조용 철강이라는 점이다. 외관상 도장이 되어 있어 통관은 가능하지만, 용도나 품질 측면에서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이 같은 위장 수입은 한국 철강산업의 가격 질서를 왜곡시키는 것은 물론, 국산 고급 제품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수요는 제한적인 반면, 중국 철강업체들은 자국 내 공급 과잉을 해소하려고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본론: 컬러후판 위장 수입의 구조와 문제점
철강제품은 수입 시 HS코드에 따라 관세율이 달라진다. 일반적인 철강 후판(열연강판, 구조용 후판 등)은 품질 기준과 산업 보호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컬러후판은 도장이 된 채로 수입되기 때문에 주로 인테리어나 가전 외장재용으로 사용되며, 관세율도 낮다. 중국 수출업자와 일부 국내 수입상이 공모해 일반 철강을 표면 도장만 해 컬러후판으로 둔갑시키면, 고관세를 피해 저가 수입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이 방식은 세관 검사에서 도장이 확인되면 컬러후판으로 분류되어 통과된다. 실제 사용처나 기계적 성질은 따지지 않기 때문에, 고의적인 위장 행위에도 불구하고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수입 단가는 국내 제품 대비 최대 30%까지 낮아지며, 이는 시장에서 덤핑 경쟁을 유발하고 국산 철강사의 출혈 경쟁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위장 수입된 철강재는 설계 기준과 다른 강도를 지녀, 구조물이나 산업용 기계에 사용될 경우 안전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특히 건설 현장이나 조선소에서 ‘저가 제품’으로만 인식되어 무분별하게 쓰일 경우, 이는 산업 전반의 품질 저하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결론: 제도 미비와 규제 사각지대… 대응 시급
한국철강협회는 최근 정부와 관세청에 위장 수입에 대한 집중 단속을 요청하며, “단순 외형이 아니라 실제 용도와 기계적 특성을 기준으로 철강 품목 분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또한 국내 주요 철강사들도 합동조사를 요구하며, 피해 실태에 대한 정밀 분석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제도는 기술적 분석 없이 외관 기준으로 통관을 결정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철강 전문가들은 ▲통관 단계에서 재료 시험 데이터 의무화 ▲HS코드 분류 기준 개선 ▲수입 후 사용처 추적 시스템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중국의 공급과잉과 위안화 약세, 철강 가격 하락이 맞물리며 위장 수입의 유인은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의 적극적인 규제 보완과 단속이 이뤄지지 않으면, 짝퉁 철강이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고착화될 수 있다. 철강은 산업의 뼈대다. 구조적 왜곡을 방치하면 결국 한국 제조업 전체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시적 단속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정밀한 시스템 정비다. ‘보이지 않는 침투’에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가 의지하는 철강의 무게도 무의미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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