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되돌릴 수 없는 흐름, '탈세계화'의 뉴노멀화
팬데믹을 기점으로 본격화된 세계화의 후퇴, 이른바 '디글로벌라이제이션(de-globalization)'이 이제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잡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가속화된 세계 무역과 공급망 통합이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주요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으로 인해 급격히 제동이 걸린 것이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선진국들은 자국 내 제조업 부활과 첨단산업 리쇼어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 변화와 산업 판도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산업이 이 흐름에 똑같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관세, 무역장벽,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업종이 존재한다. 그 중심에는 헬스케어와 정보기술(IT) 산업이 있다. 이들은 오히려 탈세계화 시대에 더욱 주목받는 ‘안전 자산형 산업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본론: 탈세계화 시대, 헬스케어·IT의 비교우위
세계화의 퇴조는 전통 제조업과 소비재 산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 물류비 상승, 보복관세 등은 비용 압박으로 직결된다. 그러나 헬스케어 산업은 본질적으로 각국의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라는 구조적 수요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이러한 외부 변수에 비교적 독립적이다. 특히 바이오·제약 분야는 자국 우선주의 강화 속에서도 각국이 협력할 수밖에 없는 국제 공동 연구와 의약품 승인 체계를 기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Pfizer), 존슨앤드존슨(J&J), 노바티스(Novartis) 등은 각국에 분산된 연구소와 공장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켜 왔고, 이는 팬데믹 이후 공급망 불안이 심화된 상황에서 오히려 경쟁력을 부각시켰다. 국내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은 CMO(위탁생산) 역량과 글로벌 유통망으로 인해 수출 타격이 적은 산업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IT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플랫폼 기업은 국경의 물리적 장벽과 관계없이 글로벌 확장이 가능하며, AI·클라우드·데이터 중심의 서비스 기업은 무형 자산을 통해 성장한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엔비디아 등은 반도체 및 AI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며, 실물 교역이 아닌 데이터 흐름 중심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되며, 무역장벽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클라우드, SaaS, 원격의료 등 비접촉 IT 솔루션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포스트 세계화' 시대에도 국경을 뛰어넘는 비즈니스가 가능한 이들 산업은 주식시장에서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섹터로 인식된다.
결론: 투자전략, '탈세계화 내성 강한 업종'에 집중하라
세계화의 후퇴는 과거와 같은 글로벌 효율성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는 특정 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전통 산업에는 위협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투자 전략의 중심도 ‘어떤 산업이 세계화 퇴조의 충격에 내성을 갖고 있는가’에 맞춰져야 한다.
헬스케어와 IT는 단지 성장성 높은 산업이기 이전에, 탈세계화라는 시대적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강점을 지닌 분야다. 공급망 이슈에서 자유롭고, 글로벌 수요가 구조적으로 지속되는 만큼, 변동성이 큰 경제 환경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이 가능하다.
결국 '포스트 세계화' 시대의 진짜 승자는 기존의 물류 중심 산업이 아니라, 데이터와 생명공학 중심의 산업이다. 관세와 지정학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 헬스케어·IT 업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글로벌 경제가 복잡해질수록, 이들 산업은 그 단순하고 명확한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으로 더욱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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