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건설현장 지탱하는 조선족 노동자들, 한국 산업의 ‘보이지 않는 허리’
“조선족 빠지면 공사 못 돌립니다.”
이 말은 요즘 건설업계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야기다. 과거 내국인 중심이었던 건설 노동시장이 이제는 중국 동포(조선족)를 비롯한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고 있다. 특히 최근 조사에 따르면, 조선족 건설노동자의 평균 퇴직금이 내국인보다 많은 401만 원으로 집계되며 사회적 논쟁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생산직 기피 현상, 고령화, 3D 업종 기피와 맞물려 외국인 인력 의존도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조선족 노동자들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해졌다.
본론: 현장 인력의 3분의 1은 조선족…“없으면 공사 중단”
고용노동부 및 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약 70%가 조선족 출신이다. 특히 중소형 공사장, 철근·거푸집·타설 등 고된 육체노동이 요구되는 작업장에서는 조선족 비율이 80%를 넘는 경우도 있다.
내국인 젊은 층은 현장직을 기피하고, 중장년층은 고령화되며 자연스럽게 일당 20만 원 안팎을 받고도 꺼리는 ‘힘든 일’은 조선족이 떠맡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요즘은 팀 단위로 일하는 조선족 숙련공 없으면 공정 자체가 멈춘다”고 토로한다. 전기, 용접, 철골 등 고기술이 필요한 분야도 마찬가지다. 조선족 숙련공 중에는 한국어 능력, 장비 조작 기술, 공정 관리까지 가능한 ‘현장 감독급’ 인력도 적지 않다. 이들은 이미 수년~수십 년간 한국에서 일하며 실력을 입증했고, 일부는 내국인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 같은 현실은 퇴직금 통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24년 조선족 근로자의 평균 퇴직금은 401만 원으로 내국인 평균(약 370만 원)을 상회했다.
이는 단순한 임금 비교가 아니라, 근속 기간, 계약 구조, 체불 비율 등의 변수까지 고려한 수치다. 내국인의 이직률이 더 높고, 비정규직 단기 계약이 많아 퇴직금이 적은 반면, 일부 조선족 근로자는 팀 단위로 장기 고용되며 오히려 퇴직금이 안정적으로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결론: 인력 의존 심화 속 ‘형평성’ 논쟁…해법은 시스템 개선
조선족 노동자들은 이제 단순 외국 인력이 아니라, 한국 건설 산업을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핵심 노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이들을 둘러싼 여론은 복잡하다. 일각에서는 “같은 현장에서 일해도 외국인이 더 많은 퇴직금을 받는 건 불합리하다”, “내국인 일자리를 외국인이 잠식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는 현장의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는 반론도 크다. 건설 일용직 시장은 수요는 꾸준한데 내국인의 공급이 급감하며, 외국인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현실이 이미 굳어진 상태다.
결국 ‘누가 일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같이 일하게 할 것인가’가 중요해진 시점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외국인력 도입 쿼터를 늘리고, 일부 기능직군은 숙련 외국인을 정식 이민노동자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 확대에 앞서, 퇴직금 지급 기준의 통일성, 체불 방지, 직업 안전 기준 강화 등 기초 제도 정비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내국인과 외국인 간 형평성을 확보하면서도 산업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인력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장에서는 오늘도 수천 명의 조선족 노동자들이 아침 6시에 헬멧을 쓰고 작업장으로 향한다. 그들의 손으로 한국의 건물이 올라가고, 도시가 완성된다. 단순한 ‘외국인 노동자’라는 틀에서 벗어나, 이들이 한국 산업의 동반자임을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준비가 필요하다.
조선족 없이는 멈추는 공사현장. 이제는 그 의존도를 인정하고,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관리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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