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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에서 전우로… 포스코·현대제철, 美관세 앞에 ‘쇳물 연합’

mellow7 2025. 4. 1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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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의 숙적,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손을 맞잡는다. 국내 대표 철강사 두 곳이 한 배를 탄 이유는 다름 아닌 미국의 ‘고율 관세’ 압박 때문이다. 철강 불황 속 생존을 위한 선택지, ‘라이벌에서 동지로’의 전환이 실제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미국 수출을 위한 합작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핵심은 양사가 생산한 철강재를 하나의 법인을 통해 공동 수출하거나, 수출 시 원산지를 조정할 수 있도록 제품을 혼합 또는 교차 사용하는 방식이다. 과거엔 보기 어려웠던 이 협업은 미 바이든 정부가 철강 수입에 대해 ‘섹션232’ 조치로 고율의 관세를 유지하면서부터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특히 미국은 자국 철강산업 보호 명분으로 특정 국가 제품에 최대 25%의 추가관세를 매기고 있으며, 한국산 철강도 여전히 규제 대상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다른 지역과 공장을 기반으로 수출 물량을 확보해 왔지만,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위축 속에 단독 생존이 어려워지자 결국 공동 대응 카드를 꺼내들었다.

가장 주목받는 방식은 ‘원소스 멀티유즈(OSMU)’ 전략이다. 포스코의 열연코일을 현대제철이 추가 가공하거나, 현대제철 제품을 포스코의 미국 현지 법인을 통해 우회 수출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제품 원산지를 다양화해 미국 내 관세 우회 혹은 최소화를 노릴 수 있다.

이런 방식은 단순히 문서상 협업을 넘어 물류, 설비, 인증 체계까지 공유해야 가능한 고차원 전략이다. 그만큼 두 회사 모두 위기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과거라면 상상도 못 했던 구조”라며 “해외 규제에 대응하려면 혼자는 안 된다는 인식이 두 기업 모두에게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국내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자동차 강판, 조선용 강재 등 주요 품목마다 가격 경쟁, 고객 유치 경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수출시장에서는 협업을 통한 관세 대응이 생존의 열쇠로 떠오르면서 두 회사도 전략적 전환을 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향후 ‘철강 공동수출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수출 물류를 공동 활용하고, 일정 품목은 공동 브랜드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이다. 일본의 철강 메이저 기업들이 이런 식의 연합 전략으로 높은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참고 사례로 꼽힌다.

또한 이번 협력은 향후 유럽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탄소중립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공동 인증·공동 수출을 통해 비용을 분산할 수 있다면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결국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동행은 단순한 ‘우회 수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탄소규제, 수요 위축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국내 철강산업이 살아남기 위해 택한 첫걸음이다.

경쟁에서 공존으로. '쇳물 동맹'은 이제 한국 철강의 새로운 생존공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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