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주주환원율이 여전히 미국 주요 은행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환원율은 순이익 중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주에게 되돌려준 비율을 뜻하는데, 이는 곧 기업이 주주와 이익을 얼마나 공유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최근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화두가 된 가운데, 은행권의 낮은 주주환원 성적표는 아쉬움을 남긴다.
2024년 결산 기준, KB·신한·하나·우리금융 4대 지주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약 37.1%**였다. 이는 전년보다 다소 개선된 수치지만, 같은 기간 미국 대형 은행들의 평균 환원율(70~80%)에 비하면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인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은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며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펴고 있다.
가장 높은 환원율을 기록한 곳은 하나금융지주였다. 2024년 순이익의 45%가량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활용했고, 신한금융도 40%를 넘었다. KB금융은 36%, 우리금융은 32% 수준에 그쳤다. 특히 하나금융은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업계 최고 수준의 배당 성향과 자사주 소각을 추진하며 주주 가치 제고에 나섰지만, 전체 업계 평균은 글로벌 기준 대비 여전히 낮은 편이다.
이러한 격차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국내 금융주는 꾸준한 수익성과 안정적인 배당 기반에도 불구하고, 낮은 주주환원율 탓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0.6배 수준에 머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금융당국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주주환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상장 금융회사가 일정 수준 이상의 배당정책과 자사주 활용계획을 공시하도록 권고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금융회사들이 자본 여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와 공유하도록 유도하고, 증시 체질 개선 효과까지 노리고 있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BIS 비율(자기자본비율) 관리와 글로벌 금융 불확실성, 대손충당금 적립 등 불확실한 요소들이 남아 있어 무작정 환원율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금리 변동성 등 리스크 요인에 대비해야 하는 현실적 제약도 크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는 다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충분한 이익을 내고도 주주에게 그 성과를 공유하지 않는 한국 금융사에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다. 특히 배당 외에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같은 ‘주가 부양형 환원 정책’이 부족하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점진적인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B와 신한, 하나는 정기 배당 외에 분기 배당 도입도 확대하고 있으며, 자사주를 단순히 보유하는 것을 넘어 소각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검토 중이다. 또, 일회성 환원보다는 중장기 환원 정책을 명문화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결국 핵심은 ‘신뢰’다. 금융회사가 돈을 벌더라도 이를 ‘내 돈처럼’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함께 나누겠다는 신호를 꾸준히 보내야만 한다. 단순히 배당금 몇 퍼센트 높이는 문제가 아니라, 주주 중심 경영 철학의 체질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금융주가 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선 ‘실적 잘 냈다’보다 ‘잘 나눈다’는 평가를 받는 게 먼저다. 글로벌 무대에서 주주와 성과를 어떻게 공유하느냐, 바로 그것이 K-금융의 진짜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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