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제과기업 오리온이 중국 제과 시장에서 압도적 매출 1위를 달성하며 ‘K푸드’의 대표 성공 사례로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식품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수십 년간 성장을 지속한 배경에는, 단순한 제품 수출이 아닌 **‘뼈를 묻는 수준의 현지화 전략’**이 있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초코파이를 중국에 수출하던 초기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에 공장을 짓고, 현지인 입맛에 맞춘 신제품을 개발하며, 채용부터 유통까지 철저하게 중국화한 운영 시스템이 오리온 성공의 핵심이었다.
■ 중국 제과 시장서 한국 기업 최초 ‘매출 1위’
오리온은 2023년 기준 중국에서 약 1조 5,000억 원 이상의 연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오리온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에 달하며, 중국 제과 시장에서 오리온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쟁 상대는 일본의 롯데, 미국의 몬델리즈, 프랑스의 다농 등 글로벌 강자들이지만, 오리온은 현지 전략의 차별화로 이들을 제치고 시장을 선도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시장 진출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 내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도 낮았고, 초코파이라는 제품 자체가 낯설었다. 하지만 오리온은 베이징과 상하이에 공장을 세우고, 100% 현지인 중심의 운영 체제를 구축하면서 본격적인 내수 시장 공략에 나섰다.
■ 제품부터 유통까지 ‘중국 맞춤형’으로 재탄생
오리온의 성공 핵심은 단연 현지 소비자 맞춤형 제품 개발이었다. 초코파이를 기본으로 하되, 당도 조절, 식감 변화, 현지 기호식품과의 콜라보 등 끊임없는 제품 혁신이 이뤄졌다. 실제로 중국 시장에서 대히트한 ‘녹차맛 초코파이’, ‘말차 크림’, ‘고급형 파이 시리즈’ 등은 한국 시장에는 없는 중국 특화 제품이었다.
또한 오리온은 중국의 유통 생태계에 맞춘 판매 전략도 적극 도입했다. 한국식 대리점 중심 구조를 버리고, 현지 도·소매 유통망과의 밀착형 협업, 지역 맞춤형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온라인 쇼핑몰, 라이브커머스, 왕홍(중국 인플루언서)을 활용한 마케팅도 경쟁사보다 한발 빨랐다.
■ 조직문화도 ‘현지화’…진짜 중국기업처럼 움직였다
오리온은 단순히 제품만 현지화한 것이 아니라, 조직 운영 자체를 중국 로컬 기업 수준으로 조정했다. 중국 법인의 핵심 임원과 실무진 대부분을 현지 인재로 구성하고, 이들이 자율적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전권을 부여했다. 내부적으로는 한국 본사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중국에서 중국 기업처럼 운영하자’는 기조를 고수해 왔다.
이러한 조직 문화 덕분에 현지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는 유연성을 갖출 수 있었고, 중국 당국과의 신뢰 관계도 구축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혼란이 가중됐을 때도, 현지 생산·유통망이 안정적으로 가동된 것은 오리온의 독자적인 현지화 덕분이었다는 평가다.
■ 실패를 감수한 집념…“중국서 뼈를 묻어라”
오리온의 중국 진출은 초반부터 순탄치 않았다. 물류망 미비, 제품 오인식, 언어 장벽, 식품 규제 등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본사와 현지 법인은 “중국에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장기전을 택했다. 이는 단기간의 수익이 아닌, 철저한 브랜드 정착과 로컬 마케팅에 집중한 장기 전략이 주효했다는 증거다.
1997년 진출 당시 적자에 시달리던 오리온 중국 법인은 10여 년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조사, 맞춤형 광고, 지역별 캠페인 등 실험적인 전략을 거듭했고, 그 결과 2010년대 중반부터 급격한 성장을 이루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 결론: 글로벌 진출 성공 공식은 ‘깊은 로컬화’
오리온의 사례는 단순한 해외 진출 성공담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철저하게 ‘현지화’에 몰입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현지 소비자에 맞는 제품을 만들고, 현지인이 주도하는 조직을 세우고, 그 땅에 뿌리내리겠다는 각오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교훈을 남긴다.
오리온은 이제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 러시아, 인도, 중동 등 다양한 시장에서도 같은 전략으로 성과를 확장 중이다. 그리고 그 모든 출발점에는 단 하나의 철학이 있었다.
“그 나라에서, 그 나라 기업처럼 살아가라.”
'◆ 다같이 경제 공부 > ■ 뉴스 및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낸드 가격 8년 만에 최대폭 상승…다시 살아나는 범용 메모리 시장” (0) | 2025.04.02 |
---|---|
갤럭시를 만든 그 남자, 노태문…이젠 삼성전자 모바일·TV·가전까지 이끈다 (0) | 2025.04.02 |
해성디에스, 日 미쓰이 꺾고 ‘반도체 패키지 기판’ 세계 1위 노린다 (0) | 2025.04.01 |
LS일렉트릭, 초고압 변압기 수주 ‘대박’…5년치 주문량 꽉 찼다 (0) | 2025.04.01 |
한화 3세 김동관, 경영 전면에…공식 승계·잡음 돌파 의지 표명 (0) | 2025.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