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같이 경제 공부/■ 뉴스 및 이슈

EU, 러시아 가스와 결별 수순?…‘화석연료 구매 금지법’ 본격 검토

mellow7 2025. 4. 24. 09:30
728x90
반응형
SMALL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에너지 의존을 근본적으로 끊기 위한 강경한 조치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최근 유럽의회와 집행위원회가 검토 중인 ‘화석연료 구매 금지법’은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 제재 차원을 넘어, EU의 에너지 체계를 재편하는 ‘지정학적 탈바꿈’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조치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작된 에너지 디커플링 움직임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독일,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국가는 심각한 에너지 충격에 휩싸였고, 이후 LNG(액화천연가스) 확보,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러시아와의 에너지 줄다리기를 줄여왔다. 하지만 이번 법안이 실제로 입법화된다면, 러시아와의 에너지 관계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단절될 수 있다.

SMALL

러시아산 에너지 ‘법으로 금지’?…EU가 꺼낸 초강수

현재 유럽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화석연료 구매 금지법’은 러시아산 석유, 가스, 석탄의 신규 및 기존 계약 모두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러시아와 유럽 간의 에너지 거래는 법적으로 차단된다.

특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국 내 환경 정당과 인권단체들이 주도적으로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어, 정치적 공감대도 확산 중이다. 일부 국가들은 아직 법제화에 신중하지만, 기후변화 대응과 인권문제, 에너지 안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맞물리며 여론은 점점 법안 지지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에너지 수입국에서 생산국 중심 구조로 전환?

EU는 그동안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했다. 2021년 기준 유럽 전체 천연가스 수입의 약 45%가 러시아산이었다. 하지만 2022년 이후 급격한 전환이 이뤄지면서 2024년 말 기준 러시아산 비중은 15% 이하로 떨어졌고, 이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노르웨이, 알제리, 미국산 LNG가 그 공백을 메웠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동시에 진행됐다. 이번 금지법은 이런 기조에 ‘돌이킬 수 없는 분기점’을 찍는 셈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를 ‘전략적 생산국 재배치’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즉, 러시아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제거함으로써 EU의 에너지 독립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 재편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728x90

러시아의 반응과 글로벌 파장

러시아는 EU의 움직임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유럽은 자해적 결정을 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적 자살 행위에 가깝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러시아는 유럽으로의 공급 중단 시,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로 수출선을 재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질적 전환에는 시간과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갈등은 단순한 양자간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진다. EU는 LNG 확보를 위해 미국, 중동, 아프리카와의 에너지 외교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LNG 가격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에너지 수급 안정성에 민감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수입국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한국 기업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

한국은 천연가스의 상당량을 중동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글로벌 가격 상승은 곧바로 국내 산업계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석유화학, 철강, 시멘트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은 원가 상승 압력에 노출된다.

한국가스공사와 정유업계는 이미 미국, 카타르 등과의 장기계약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섰으며, 정부도 제5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에너지 다변화와 재생에너지 자립률 제고를 핵심 전략으로 명시한 바 있다.

하지만 EU의 ‘법적 금지’ 움직임은 기존의 자율적 축소와는 차원이 다르기에, 보다 체계적인 리스크 시뮬레이션과 국제 공조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응형

결론: ‘에너지 무기화’ 시대, 규범으로 맞서려는 EU의 도전

EU의 화석연료 금지법 검토는 단순한 무역 제재를 넘어선 규범적 대응의 신호다. 에너지 자원이 지정학적 무기처럼 사용되는 시대, 유럽은 법과 시스템이라는 방식으로 맞서려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향후 글로벌 에너지 질서를 뒤흔드는 전환점이 될 수 있으며, 각국은 더 이상 '싸고 안정적인 에너지'만을 찾을 수 없는 구조로 들어가고 있다. 한국 역시 이 흐름 속에서 에너지 외교, 인프라 투자, 산업 전략의 전면 재설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유럽의 에너지 독립 실험, 그 끝은 분명히 우리의 전기요금과도 연결되어 있다.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