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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날은 늘었는데 쓸 돈이 없다"…은퇴 후 불안감에 지갑 닫는 한국인들

mellow7 2025. 4. 2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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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 84세, 경제수명 60세.’
이 간극이 커질수록 국민의 지갑은 더 단단히 닫히고 있다. 실제로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불안감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노후 생활에 필요한 자금은 더욱 많아졌지만, 경제적 여건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는 ‘고령화 소비쇼크’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60대 이상 가구의 소비지출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은퇴 이후 의료비, 주거비, 자녀 지원 등의 고정지출은 늘어나는데 반해, 여행, 외식, 문화생활 등 이른바 '선택 소비'는 빠르게 줄고 있다.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혹시 모를 병원비, 집 수리비, 자식 도와줄 일이 생기면 어쩌나 싶어 돈을 못 쓰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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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기대수명, 그러나 함께 줄어든 소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80년대 66세에서 2024년 기준 84세로 늘어났다. 기술의 발전과 의료 서비스의 개선이 수명 연장을 이끈 결과다. 하지만 문제는 이 '추가된 20년'을 유지할 경제 기반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60세 전후로 은퇴를 경험한 이들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저축 등에 의존하지만, 이로는 월 평균 생활비를 충족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은퇴자들의 평균 자산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서울에 거주하는 60대 중반 A씨는 이렇게 말한다.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이에요. 이걸 팔면 당장 살 집이 없고, 안 팔면 현금이 없어요.”
이런 인식은 ‘노후 빈곤’에 대한 불안으로 직결되며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앞날이 두려워’ 지출을 줄이는 현상이다.


소비심리 위축,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

실제 한국은행의 '가계 소비심리지수'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연령층은 타 연령대보다 소비심리가 가장 낮게 나타나고 있다. 노후 불안은 단순한 개인 문제를 넘어 국가 전체의 소비 기반을 약화시킨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경제를 떠받치는 내수 소비가 약화되면 성장 동력 자체가 둔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중장년층의 지출 위축은 청년층의 기회 상실로도 이어진다. 자녀 세대의 부양부담이 늘고, 중고차, 외식, 여가 등 서비스업 전반의 수요 감소로 이어져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한국 사회는 지금 ‘지출을 못하는 노년’과 ‘소득을 못 버는 청년’이 동시에 공존하는 구조적 소비침체에 직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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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지갑을 닫게 만드는가?

  1. 불충분한 연금
    국민연금 수령액은 월 평균 60만~7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퇴직연금 또한 수령방식이 일시금 중심이라, 일정한 소득이 아닌 목돈으로 남게 된다. 이는 오히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저축심리로 이어진다.
  2. 주거 불안정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구조도 문제다. 실거주를 포기하지 않는 한 현금흐름 확보가 어렵다. 주택연금이나 역모기지론이 있긴 하지만, 대중적으로 활성화되기엔 여전히 제약이 많다.
  3. 의료비 부담
    고령자일수록 의료비 지출 비중이 높아진다. 보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성질환이나 장기요양비용에 대한 불안은 줄어들지 않는다. 결국 ‘건강보험으로도 부족하다’는 인식은 소비 억제로 연결된다.
  4. 자녀 지원 부담
    결혼, 주택, 양육 등 자녀 세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지속되면서 은퇴세대는 ‘자식 걱정에 내 소비는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자녀가 독립하더라도 경제적 지원을 끊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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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노후소비 활성화’가 해법이다

은퇴 후 소비는 단순한 지출이 아니다. 국가 경제의 순환을 위한 핵심 동력이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연금 지급 체계 강화, 주택금융 활성화, 의료비 절감 정책 외에도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일본은 은퇴자를 위한 생활형 공유주택, 지역 일자리 연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소득은 작아도 지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한국 역시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 소비가 가능한 구조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결론: “살 날은 늘었다, 이제는 쓸 수 있어야 한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되기 위해선, 쓰고 싶은 만큼 쓸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은퇴자들의 지갑을 다시 열기 위해선 단지 돈을 주는 것이 아닌, ‘안심하고 쓸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지금은 단순히 저축보다 소비를 장려해야 할 시대다. ‘돈이 없어 못 쓰는 것’이 아니라 ‘불안해서 못 쓰는 것’이라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명확하다. “이제는 은퇴자도 안심하고 써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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