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대표적 노후 아파트이자 부동산 재건축 이슈의 상징이었던 은마아파트가 마침내 20년 넘는 추진 끝에 본격적인 재탄생을 앞두게 됐다. 조합은 최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며, 은마아파트를 총 5,962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현대식 단지로 재건축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로서 상징성과 시장 파급력이 큰 만큼, 향후 강남 부동산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총 4,424가구 규모로, 강남 재건축 대장주 중에서도 가장 오랜 기간 재건축이 지연돼 온 단지다. 입지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분당선 한티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고, 경기고·대치동 학원가·백화점 상권이 인접해 있어 그 가치가 단 한 번도 떨어진 적 없는 ‘입지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하지만 높은 가치는 반대로 규제의 벽에 부딪히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서울시의 도시계획 정비, 층수 제한, 교통영향평가, 환경영향 평가 등 각종 심의 절차가 반복되며 수차례 재건축 추진이 무산돼 왔다. 특히 층고 35층 제한 논란은 오랫동안 은마 재건축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이번에 서울시 심의에서 35층 안에서 가구 수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조율되며 실질적인 진전을 이룬 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계획안에 따르면, 기존 4,400여 가구였던 은마아파트는 5,962가구로 탈바꿈하게 된다. 강남권 단일 단지로는 최대 규모 중 하나이며, 이 중 절반 가까이는 일반분양 물량으로 공급돼 강남권 내 새 아파트 희소성 해소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전망이다. 특히 1~3인 가구 증가에 맞춰 중소형 평형 비중을 높였고, 커뮤니티 시설과 공원, 보행동선 등 주거 환경 개선 요소도 강화됐다.
건축적 디자인도 획기적으로 변화한다. 은마아파트는 한때 '회색 콘크리트 숲'이라는 오명을 들을 정도로 낡은 이미지였지만, 재건축 이후에는 서울시가 요구하는 경관 조화를 고려해 친환경적이고 개방적인 디자인으로 설계된다. 옥상 녹화, 태양광 패널, 저탄소 건축 자재 사용 등이 포함돼 그린 프리미엄 단지로의 전환도 함께 꾀하고 있다.
이번 재건축 승인 소식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 전반에 긍정적인 신호를 던졌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추진 중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대치동 쌍용1차 등 주요 단지들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마아파트가 사실상 강남 재건축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통과는 상징성과 실익을 모두 갖춘 사례로 평가된다”고 분석한다.
다만, 본격적인 이주와 착공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세부 설계 변경, 이주 대책, 분양 일정 조율, 재정 확보 등의 후속 절차가 기다리고 있으며, 조합 내부의 의견 조율도 필수다. 특히 일반분양가 책정과 관련해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최근 분양가 심사 기준이 다소 완화됐지만, 강남권 재건축은 여전히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영역이다.
주변 시세도 반응하고 있다. 최근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24억 원 선에서 거래되며, 연초 대비 약 1억 원 이상 상승한 모습이다. 일각에선 “재건축 확정에 따라 30억 원 시대도 머지않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투자 열기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가 투기 과열지구 유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무리한 기대 매수보다는 실거주 중심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은마아파트의 재건축은 단순한 노후 아파트 정비를 넘어, 서울 도심 주거 재편의 신호탄이자 부동산 규제의 상징적 해제 사례로도 평가받고 있다. 20년을 기다린 결과가 이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지금, 은마는 또 한 번 서울 부동산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그 다음 단지는 어디가 될지, 시장의 눈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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