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방향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에서 주식 매수보다는 ‘역(逆)베팅’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와 엔화, 그리고 하락장에 수익을 내는 인버스 상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의 격화, 유럽 경기 침체 우려, 중동 리스크 등 복합적 요인이 글로벌 증시에 부담을 주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극에 달하고 있다. 뉴욕 증시는 기술주 중심으로 조정을 받으며 나스닥이 3% 넘게 하락했고, 유럽 주요 지수들도 동반 급락했다. 이 충격은 아시아 시장으로 번지며 한국, 일본, 홍콩 증시도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외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 반등을 기대하기보다는 방어적인 포지션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ETF 순매수 금액은 500억 원을 돌파했다. 대표적인 국채 ETF인 ‘IEF(7~10년 만기 국채)’와 ‘TLT(20년 이상 만기 국채)’가 주요 대상이다.
환율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수요도 뚜렷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넘어서자, 일본 엔화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원화 약세와 함께 엔화 강세에 베팅하며, 엔화 ETF나 선물형 상품을 매입하고 있다. 엔화는 전통적으로 위기 때 강세를 보이는 안전 자산으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흐름은 국내외 증시 하락에 투자하는 인버스 상품의 급격한 증가다. 한국에서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TIGER 인버스 등 지수 하락에 수익을 내는 ETF에 투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최근 한 주간 2,000억 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되며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시장에서도 상황은 유사하다. 나스닥 하락에 베팅하는 ‘PSQ’, S&P500 인버스 ETF인 ‘SH’ 등이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이 하락장에 인버스로 대응하는 패턴은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이라며 “정보 접근성과 상품 다양성이 커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역베팅’ 전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버스 ETF는 단기 변동성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장기 보유 시 오히려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안전 자산이라도 시장 상황에 따라 일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분산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은 단기 방어 전략에 더욱 집중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시장은 방향성이 불투명하고, 악재가 중첩되다 보니 개인들도 전략적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것”이라며 “방어적 자산 선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시 불안이 지속될 경우 이 같은 역방향 투자 추세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개미들의 ‘공격적 방어’가 향후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 모인다.
'◆ 다같이 경제 공부 > ■ 뉴스 및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억 무너진 비트코인’…암호화폐도 피하지 못한 ‘검은 월요일’ (1) | 2025.04.08 |
---|---|
“추경·부양책 기대감”…내수株, 폭락장 속 ‘방패주’로 부상 (0) | 2025.04.08 |
‘관세 블랙먼데이’…亞증시, 미중 무역전쟁 직격탄에 붕괴 수준 (0) | 2025.04.08 |
아이 낳으면 애국자?…연 10% 금리에 현금까지 주는 ‘파격’ 은행 혜택 (0) | 2025.04.07 |
아이 낳으면 애국자?…연 10% 금리에 현금까지 주는 ‘파격’ 은행 혜택 (0) | 2025.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