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글로벌 반도체 판이 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의 공격적 투자가 이어지고, 경쟁사인 인텔과 글로벌파운드리의 합병설까지 터지면서, 한국의 파운드리 산업, 이른바 ‘K-파운드리’가 거대한 위기 앞에 서게 됐습니다.
먼저 TSMC 이야기부터 해볼게요. 대만의 TSMC는 현재 애플, 엔비디아, AMD, 퀄컴 등 주요 팹리스 업체의 칩을 대부분 수주하고 있는, 말 그대로 파운드리 시장의 절대 강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미국 애리조나, 일본 구마모토, 독일 드레스덴 등 글로벌 3각 생산 거점 구축에 수십조 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생산력 확장 그 이상이에요. 고객사와의 거리, 공급망 안정성, 정치 리스크까지 감안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전략’이죠.
반면 한국의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 포함)에서 2030년까지 세계 1위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기술력에서는 TSMC와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고, 수주 경쟁에서는 이미 밀리는 경우가 늘고 있어요. 특히 AI 칩 수요가 폭증하면서 팹리스 업체들이 안정적인 양산 능력을 중시하고 있는데, 삼성은 자체 제품과 외주 수탁을 동시에 처리하는 구조 탓에 **“고객사 맞춤형 대응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경쟁사 간 합병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K-파운드리는 더욱 압박을 받고 있어요. 최근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부와 글로벌파운드리(GF)의 합병 가능성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TSMC에 비해 점유율은 낮지만,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반도체 지원과 기술 역량이 결합된다면 **‘제2의 TSMC’**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요. 즉, 삼성과 SK하이닉스 외에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해야 할 상대가 또 하나 늘어나는 셈이죠.
그렇다면 K-파운드리는 지금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까요?
삼성전자는 기술력 강화를 위해 2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국내 기흥·화성·평택은 물론 미국 테일러 공장에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요. 하지만 기술개발 속도, 수율 안정성, 고객 신뢰도 등 종합 경쟁력에서 여전히 TSMC를 추격하는 입장입니다. 특히 설계부터 테스트, 생산, 후공정까지 통합 대응이 가능한 체계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어요.
또한 SK하이닉스의 경우, 메모리 중심에서 점차 시스템 반도체로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경쟁에선 아직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결국 K-파운리의 생존 전략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차별화된 고객 가치 제안”**에 달려 있습니다. 단순히 미세 공정 경쟁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고객 맞춤형 생산 전략, 신뢰 기반의 장기 계약 유도, 차세대 반도체(칩렛, 3D 패키징 등) 기술 선점이 관건이죠.
이제는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닌 글로벌 전략 전쟁이 된 파운드리 시장. 그 속에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선 민간 기업의 기술 혁신뿐 아니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산업 생태계 전반의 협력이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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