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오랜만에 무역과 관세 문제를 놓고 대화 재개의 물꼬를 텄지만,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양국의 속내는 이미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합의가 만들어졌지만, 실제 협상 과정에서는 각자의 이해관계와 계산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동상이몽’ 양상이 짙다.
먼저 미국은 현재 바이든 행정부 아래에서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관세는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 기술 패권, 공급망 관리까지 연결된 전략 카드로 간주된다. 특히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최근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CHIPS Act) 등을 통해 자국 내 제조업을 지원하고,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관세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은 단순한 관세 인하보다는 자국 산업 보호와 연계된 교환 조건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반면 중국은 관세 철폐를 통해 수출길을 다시 열고,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 경제는 최근 부동산 경기 둔화, 청년 실업 문제, 내수 부진 등 여러 압박에 직면해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줄어들었지만, 중국은 여전히 미국을 최대 수출처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따라서 중국 측은 관세 문제에서 실질적인 양보를 얻어내길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제조업 수출을 다시 끌어올리고자 한다.
이처럼 미국은 안보와 전략, 중국은 경제 회복이라는 전혀 다른 목표를 안고 협상에 임하려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단순히 관세 인하로 문제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자국 내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의 물결이 다시 들어오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다. 미국 의회 내부에서도 ‘중국 때리기’는 초당적 지지를 받는 영역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대중 강경론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지나친 양보를 할 경우 국내 정치적으로도 큰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중국 역시 쉽지 않은 카드 게임을 펼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관세 협상에서 유연성을 보이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첨단 기술, 데이터 보안, 국영 기업 지원 등 핵심 영역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시진핑 정부는 ‘공동 부유’와 ‘국가 주도 경제’라는 정책 노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부분에서 미국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결국 이번 미중 관세 대화는 실질적인 관세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각자의 셈법만 확인한 채 협상이 공전할지 아직 불투명하다. 양국 모두 경제 상황상 ‘대화하는 척’은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로 상대방에게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더욱이 글로벌 경제는 이제 단순히 미중 두 나라만의 관계로 움직이지 않는다. 유럽, 일본, 동남아시아, 인도 등 여러 국가들이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새로운 경제적, 외교적 선택지를 모색하고 있다. 미중 관세 협상이 잘 풀리면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와 무역 회복에 긍정적 신호가 되겠지만,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다면 오히려 동맹국 중심의 블록화 경쟁을 더 부추길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미중 관세 협상은 지금 그 자체로 중요한 시험대이자 상징적 이벤트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부터 양국의 속내와 목표가 다른 만큼, 실질적인 돌파구를 만들어낼지는 미지수다. 이번 협상이 과연 세계 경제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긴 줄다리기 전초전으로 남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 다같이 경제 공부 > ■ 뉴스 및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달러 환율 5개월 만에 1300원대… 당국 “이젠 급격한 하락이 걱정” (1) | 2025.05.08 |
---|---|
관세 직격탄 맞은 중국, 190조 위안 풀어 내수 부양 전면전 돌입 (0) | 2025.05.08 |
젠슨 황의 직격탄: AI 칩 수출 막으면 결국 화웨이만 이득 본다 (0) | 2025.05.08 |
“트럼프 ‘8~9일, 지각 뒤흔들 큰 발표’ 예고…무역 아닌 ‘정치 폭탄’ 되나” (0) | 2025.05.07 |
“거래소, 야간 파생상품시장 내달 정식 개장…한국 금융시장 새 장 연다” (0) | 2025.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