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Jensen Huang)이 최근 미국 정부의 대중국 AI 칩 수출 규제에 대해 날카로운 경고를 날렸다. 그는 “미국이 AI 칩 수출을 막으면 미국 기업은 손해를 보고, 결국 중국의 화웨이 같은 회사들이 웃게 될 뿐”이라고 단언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기업인의 불만을 넘어 글로벌 AI 패권 전쟁에서 미국의 전략적 실수를 지적하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미국은 지금까지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기술의 중국 수출을 단계적으로 규제해왔다. 대표적으로 GPU(그래픽 처리 장치)는 고성능 AI 학습과 연산에 필수적이며, 엔비디아는 이 분야의 독보적 강자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인 A100, H100 등의 중국 판매를 제한했다. 화웨이,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대기업들이 이 칩을 사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지만, 젠슨 황은 이 전략이 단순히 중국의 ‘자립’을 부추길 뿐이라고 본다.
실제로 화웨이는 이미 독자 칩 설계 역량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SMIC(중국 최대 파운드리)는 미국의 규제 속에서도 7나노 공정 기반의 칩 생산에 성공했고, 화웨이는 최근 ‘메이트 60 프로’ 스마트폰에 자체 칩을 탑재해 세계 시장을 놀라게 했다. 젠슨 황은 “이런 규제가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더 빠르게 자립하도록 자극할 뿐, 미국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는 독이 된다”고 우려한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중국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다. 중국은 전 세계 AI 칩 시장에서 약 25~30%를 차지하며, 엔비디아의 매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엔비디아는 이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전용 저성능 AI 칩을 개발해 판매해왔지만, 앞으로 규제가 더 강해지면 이마저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 젠슨 황은 “미국 정부가 정말로 자국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고 싶다면, 시장에서의 우위를 잃지 않도록 규제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발언이 나올 시점이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며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국내 생산 역량을 키우고 있지만, 정작 글로벌 경쟁사들은 더 복잡한 게임을 하고 있다. 엔비디아 같은 기업은 단순히 미국 안에서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정부의 안보 논리가 지나치게 강해지면 오히려 기업 경쟁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엔비디아 한 회사의 이익에 국한되지 않는다. AI 산업은 GPU, 소프트웨어, 데이터, 클라우드, 반도체 장비 등 복합적인 생태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 축이 무너지면 다른 축들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특히 AI 학습용 칩은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용하는 분야라서, 중국 시장을 잃는다면 미국 기업들의 생산단가 자체가 높아지고,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젠슨 황의 경고는 미국 정부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단기적인 기술 봉쇄로는 중국의 성장을 늦출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화웨이 같은 기업들에게 ‘독립’의 기회를 주게 되고, 이는 미국 기업의 입지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AI 패권 경쟁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서는 복합전이다. 규제가 필요하다면 전략적이고 정교해야지, 단순한 봉쇄가 능사는 아니라는 점을 미국 정책 입안자들이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결국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선, 기술 리더십과 시장 경쟁력을 함께 지켜야 한다. 젠슨 황의 발언은 단순한 CEO의 외침이 아니라, 미래 산업 전략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 나온 경고음으로 해석해야 한다. 미국이 이 신호를 무시한다면, 결국 AI 전쟁의 승자는 예상치 못한 쪽에서 나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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