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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 자사주 소각에도…韓 주식은 왜 여전히 저평가될까”

제리비단 2025. 5. 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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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시장이 기업들의 대규모 자사주 소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평가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1~2년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약 2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며 주주환원에 힘썼지만, 주가 반응은 기대에 못 미쳤다. ‘한국 주식은 싸다’는 말이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굳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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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한 자기 주식을 시장에서 없애 주식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주당 가치(EPS)를 높여 주주 이익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화학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자사주 소각에 나서면서 시장에서는 “이제 저평가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한국 증시는 여전히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밑도는 종목이 즐비하다.

글로벌 평균 PBR이 약 1.5배, 미국 S&P500 지수가 약 4배, 일본 닛케이지수가 1.5배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 주식의 저평가는 이례적인 수준이다. 한국 상장기업의 절반 이상이 PBR 1배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삼성전자마저 1.3배 수준에 그친다. 이는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가로,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용어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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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현상이 지속될까? 첫 번째 이유는 한국 시장의 낮은 배당성향과 불안정한 주주환원 정책이다. 일본은 과거 장기 불황을 겪은 후 ‘주주 중심 경영’으로 방향을 틀며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자본 효율성 제고에 집중했고, 그 결과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했다. 반면 한국은 일회성 소각과 배당 이벤트에는 강하지만, 이를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책으로 연결하는 데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두 번째는 거버넌스 리스크다. 재벌 중심의 지배구조, 오너리스크, 순환출자 문제 등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 진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주주권 강화 움직임이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 비하면 투명성과 신뢰 수준이 낮다는 비판이 따른다.

세 번째는 한국 경제 전반의 구조적 성장 둔화 우려다. 인구 감소, 저출산·고령화, 내수 침체 등은 장기적으로 기업 수익성을 갉아먹을 수 있는 요인들이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변화, 미·중 갈등, 지정학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한국 시장은 외국인들에게 ‘변동성이 큰 신흥국’으로 분류되곤 한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업 단위와 국가 차원의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들은 단기 이벤트성 주주환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배당 정책과 주주 친화 경영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 동시에 한국 정부는 자본시장 개방, 회계 투명성 강화,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최근 일본의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된다. 일본은 지난 10년간 기업들의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높이고, 과감한 주주환원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며 ‘재평가 랠리’를 이끌어냈다. 한국도 더 이상 일회성 이벤트에 머무르지 말고,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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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이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려면 이제 ‘진정성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20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은 그 자체로 중요한 발걸음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냉정한 평가다. 글로벌 자금은 더 긴 안목으로, 더 높은 신뢰를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 주식이 싸다고만 평가되는 시장에서 벗어나려면, 기업과 정부 모두 더 큰 판을 그려야 할 때다. 싸다는 이유만으로는 더 이상 매력이 되지 않는 세상에서, 한국 증시의 진정한 도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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