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공지능(AI) 투자가 중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분석이 나왔다. AI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자 미래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시대, 한국이 뒤처질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4년이 한국 AI 산업의 골든타임”이라며 전방위적 투자와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최근 발표된 글로벌 AI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의 연간 AI 투자액은 약 590억 달러(약 80조 원)로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반면 한국의 AI 투자액은 약 180억 달러(약 25조 원)로, 중국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은 약 800억 달러(약 110조 원)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규모의 차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AI 학습용 데이터, 컴퓨팅 파워, 인재 확보, 생태계 확장 등 전 영역에서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특히 문제는 속도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AI 스타트업 육성, 반도체 내재화, 슈퍼컴퓨터 인프라 확대, AI 인재 양성에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민간 빅테크가 R&D의 중심축을 맡고 있지만, 국방·안보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뒷받침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주요 대기업 몇 곳의 투자와 제한된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대기업 중심의 ‘톱다운’ 투자에 치우쳐있고, 민간 스타트업과 연구 생태계가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왜 앞으로 4년이 중요한가? 전문가들은 2028년을 AI 경쟁의 분수령으로 본다. 그때까지 AI 언어모델, 생성형 AI, 자율주행, 헬스케어, 국방·안보 AI 등 분야별 글로벌 시장 리더가 사실상 판가름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AI 산업은 초기 성장 국면에서 본격 확산 국면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으며,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 시장에 진입할 기회조차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도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반도체, AI 클라우드, 초거대 AI 개발에 총 4조 원 규모의 예산을 배정했으며, AI 스타트업 육성 펀드도 신설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투자 속도가 늦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중국은 우리보다 2~3배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미국은 그보다 앞서 있다”며 “지금의 지원은 밑그림 수준일 뿐, 훨씬 과감한 정책적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인재다. AI 경쟁은 결국 사람 싸움이다. 하지만 한국의 AI 인력은 양과 질 모두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은 스탠퍼드, MIT, UC버클리 등 명문 대학과 구글, 오픈AI 같은 빅테크가 인재 허브 역할을 하고 있고, 중국은 베이징대, 칭화대, 알리바바, 바이두 등이 이 역할을 맡는다. 한국도 카이스트, 서울대, 포스텍 등의 연구 역량은 강하지만, 대규모 민관 협력이 부족하고 인재 유출까지 겹치면서 인재 생태계가 약하다는 평가다.
산업계 전문가들은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AI 전 분야에 투자할 수 없다면,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대표적으로 AI 반도체,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K-콘텐츠 기반 생성형 AI 등이 꼽힌다. 또한 대기업·스타트업·학계·정부가 분리된 움직임을 보일 것이 아니라, 국가적 AI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연합군’을 꾸려야 한다는 제안도 많다.
AI 경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장거리 레이스에 출발조차 못 할 수 있다. 앞으로 4년, 한국의 AI 산업은 돌이킬 수 없는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골든타임’을 맞았다. 한국이 AI 강국으로 자리매김할지, 아니면 글로벌 AI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날지, 그 성패는 지금의 결단과 실행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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