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업계가 거대한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Z세대와 알파세대(α세대)가 주도하는 새로운 감각이 산업 전반을 흔들고 있다. 심지어 스포츠웨어의 절대 강자 나이키(Nike)조차도 세대교체라는 대수술에 돌입하며 변화의 물결에 올라탔다.
최근 나이키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력 교체 계획을 발표했다. CEO 존 도나호는 “혁신과 젊은 감각을 최우선으로 한 나이키 2.0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며 핵심 임원들의 교체와 디지털·디자인 부문 강화 계획을 밝혔다. 전통적으로 탄탄한 브랜드 파워로 군림해온 나이키가 이처럼 내부 변화에 나선 것은 소비자층의 급격한 변화 때문이다.
Z세대는 이전 세대와 전혀 다른 패션 소비 성향을 보인다. 명품과 스트리트웨어의 경계를 허물고, 개성적이고 짧은 유행을 좇으며, 브랜드의 윤리와 사회적 메시지까지 구매 판단 요소로 삼는다. 기존의 스타 스포츠 선수 중심 마케팅이나 로고 플레이는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 대신 틱톡·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에서 ‘바이럴’을 만드는 것이 브랜드 생존의 열쇠로 떠올랐다.
나이키의 위기감은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발표된 분기 실적에서 나이키는 북미 시장 매출 성장세가 주춤하며 기대치를 밑돌았다. 경쟁사인 아디다스는 ‘삼바’, ‘가젤’, ‘스페지알’ 같은 레트로 운동화로 Z세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반등에 성공했다. 뉴발란스, 살로몬, 호카 등도 젊은 층 사이에서 ‘힙한 브랜드’로 급부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이키는 “혁신 없이는 정체”라는 내부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세대교체의 핵심은 디지털 전환이다. 나이키는 단순히 제품을 잘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 공간에서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메타버스, 가상 운동화, NFT(대체불가능토큰) 같은 신기술 실험을 확대하고, 소비자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에 투자할 계획이다. 젊은 층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아티스트·디자이너·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와의 협업도 강화한다.
하지만 나이키만의 고민은 아니다. 글로벌 패션업계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명품 시장에서는 루이비통, 샤넬 같은 전통 강자들이 매출 부진을 겪고 있으며, 패스트패션 시장에서는 자라, H&M이 ‘지속가능성’ 압박에 시달린다. 중국 시장의 성장 둔화, 글로벌 경기 침체, 소비 양극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브랜드들에 중대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MZ세대와 알파세대는 브랜드 충성도가 낮고, ‘핫한 브랜드’를 빠르게 옮겨 다닌다. 한때는 구찌, 디올 같은 럭셔리 브랜드가, 또 한때는 오프화이트, 슈프림 같은 스트리트 브랜드가, 또 다른 시기에는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변화하는 취향을 따라잡기 위해 끊임없이 변신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나이키의 세대교체 움직임을 “패션업계 전체가 직면한 전환의 단면”으로 본다. 산업 연구기관인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5년이 글로벌 패션업계의 재편 시기”라며 “혁신과 속도,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를 모두 잡는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이키는 오랜 시간 ‘스우시(Swoosh)’ 로고 하나만으로 세계를 지배해왔다. 하지만 이제 그 로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냉정한 평가다. 과연 나이키는 세대교체라는 변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앞으로 3~5년 내 브랜드가 보여줄 혁신에 달려 있다.
패션업계에 불어닥친 혼돈의 바람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나이키의 다음 행보는 패션 산업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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