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방치된 빈집이 13만 채를 넘어섰다. 인구 감소와 도시 쇠퇴로 비어가는 집들이 늘어나면서 주변 환경 악화, 범죄 위험, 안전 문제 등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가 빈집 관리에 직접 나서기로 했다. ‘빈집 관리 국가 책임제’의 첫발을 뗀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2일 “전국 지자체와 협력해 약 13만 채의 빈집을 단계적으로 조사·관리하고, 필요시 철거·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기존에 지자체에 맡겨왔던 빈집 관리를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빈집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에 확인된 빈집은 약 13만 3,000호로, 5년 전보다 40% 이상 늘었다. 특히 지방 소도시와 농촌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일부 도시 내 노후 주거지에서도 빈집 증가가 뚜렷하다. 한 지자체 담당자는 “빈집은 단순히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불법 투기, 쓰레기 무단 투척, 청소년 일탈, 화재 위험 등 여러 사회 문제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빈집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전국 빈집 전수조사를 통해 정확한 위치, 상태, 소유자, 관리 현황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토대로 단계적 관리 계획을 수립한다. 이후 ▲철거 대상 빈집 ▲활용 가능 빈집 ▲보존 필요 빈집으로 구분해 맞춤형 대응에 나선다.
활용 가능한 빈집은 리모델링을 통해 임대주택, 청년주택, 지역 커뮤니티 시설 등으로 전환된다. 이미 일부 지자체는 빈집을 공유주택, 예술창작 공간, 마을 도서관 등으로 탈바꿈해 지역 활성화 사례를 만들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빈집을 방치하면 슬럼화가 가속되지만, 잘만 활용하면 지역 재생의 거점이 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체계적 관리와 지원으로 이 같은 성공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정책에는 철거 지원도 포함된다. 구조적으로 위험하거나 범죄 우려가 높은 빈집은 공공 비용으로 철거하고, 철거 부지를 공원, 주차장, 마을 텃밭 등 주민 편익 시설로 조성한다. 특히 소유자가 불분명하거나 방치가 장기화된 빈집은 ‘빈집 정비 특례법’에 따라 공공이 강제 철거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관리 체계 마련뿐 아니라 빈집 발생을 줄이는 예방 정책도 병행한다. 예컨대 노후 주거지 재생 지원, 고령자 주거 이동 지원, 공가 발생 우려 지역의 주택 공급 조절 등이 포함된다. 국토부는 “빈집 문제는 단순히 주택 한 채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경제·지역 개발 등 복합적 요인이 얽혀 있는 만큼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지자체는 “빈집 소유자와의 협의, 재원 마련, 행정 절차 등 실질적 관리에 걸림돌이 많다”며 중앙정부의 지속적 지원을 요구했다. 특히 소유자 동의 없이 빈집 철거나 활용에 나설 경우 법적 분쟁 소지가 있다는 점도 숙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빈집 관리 정책에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중앙-지방 간 역할 분담과 지속 가능한 재원 마련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일회성 철거나 리모델링 지원에 그쳐선 안 되고, 빈집 발생을 줄이는 구조적 정책과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빈집 관리는 주택 정책을 넘어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빈집 문제는 앞으로 더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내놓은 빈집 관리 대책이 지역 공동체를 살리고, 도시 경쟁력을 지키는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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