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 GS건설이 '조립식 모듈러 공법'으로 30층 아파트를 짓겠다는 혁신적 도전을 선언했다. 지금까지 조립식 건축은 주로 5~10층 이하의 저층 건물에 국한됐지만, 이제는 초고층 주거시설로까지 확대를 시도하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물론, 부동산 시장 전체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GS건설이 추진하는 초고층 모듈러 아파트는 기존 현장 중심의 전통적 건축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시도다. 일반적으로 건축공사는 현장에서 기초를 닦고 벽돌을 쌓아올리거나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모듈러 공법은 별도로 제작된 구조체를 공장에서 미리 조립한 후, 이를 현장에 운반해 연결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주로 학교, 기숙사, 임대주택 등에서 활용돼 왔던 이 방식이 이제는 고급 아파트 단지, 그것도 30층 이상의 초고층 주거용 건물로 적용 범위를 넓히게 된 셈이다. 이는 단순한 공법 변화가 아니라, 건설산업 전체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혁신적 시도다.
GS건설은 이를 위해 자회사 '자이모듈러'를 중심으로 전용 생산공장을 구축하고, 모듈 설계·제작부터 운송, 설치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초고층 모듈러에 필요한 구조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회사들과 협력해 고급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바로 ‘구조 기술’이다. 고층 건물일수록 바람, 진동, 하중 등 다양한 물리적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에, 단순히 모듈을 쌓는 것만으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이를 위해 GS건설은 기존 철골구조를 초고강도 강재로 보강하고, 모듈 간 연결부 설계를 강화해 기존 현장식 건축물에 버금가는 구조 성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모듈러 아파트의 최대 장점은 ‘속도’다. 공장 제작과 현장 기초공사를 병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공사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30층 아파트를 짓는 데 30개월 이상 걸리던 공기를 20개월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GS건설 측 설명이다. 이는 건설비용 절감은 물론, 투자회수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품질관리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공장 제작 과정에서는 외부 환경(날씨, 온도 등) 영향 없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고, 미세한 오차도 정밀 제어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하자율이 현저히 낮아질 수 있으며, 입주자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현장 공사량이 줄어들어 소음, 분진, 폐기물 발생이 대폭 감소하고, 친환경 건설에 기여할 수 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들에게는 중요한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물론 도전이 쉬운 것은 아니다. 초고층 모듈러 공법은 세계적으로도 극소수 사례만 존재할 만큼 기술적 난도가 높다. 모듈 운송, 현장 조립 과정에서의 정밀성 확보, 모듈 간 틈새 문제, 내진 설계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시장 수용성도 변수다. 아직 국내 주거 시장에서는 조립식 건축물에 대해 품질 불안이나 선입견을 가진 소비자가 많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모듈러 아파트의 품질과 성능을 입증할 수 있는 시범 프로젝트 성공이 절실하다.
이에 따라 GS건설은 초기에 임대주택, 오피스텔 등 비교적 시장 저항이 적은 분야부터 모듈러 초고층 프로젝트를 선보인 뒤, 점차 고급 주거 시장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정부와 협력해 모듈러 공법에 적합한 건축 규제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GS건설의 이번 도전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시도로 평가하고 있다. 만약 초고층 모듈러 아파트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향후 도시정비사업, 리모델링 시장 등에서도 빠른 공급이 필요한 주택 수요를 맞추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요약하면, GS건설은 초고층 모듈러라는 미지의 영역에 도전장을 던졌다. 속도, 품질, 환경을 모두 잡겠다는 이 야심찬 프로젝트가 한국 건설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지, 시장은 기대와 긴장 속에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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