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지순례’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내며 전국을 휩쓸던 스타 빵집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부산 대표 프리미엄 베이커리 '옵스(OPS)', 대구발 국민 빵집 '삼송베이커리'의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수년간 식지 않던 고급 베이커리 열풍도 이제는 과잉공급과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스타 빵집, 왜 주춤했나?
옵스와 삼송은 각각 지역 프리미엄 베이커리의 대표 주자로, SNS를 타고 서울·수도권까지 팬층을 넓혀가며 줄 서서 사는 빵집으로 명성을 떨쳤다. 특히 옵스는 수제로 만드는 버터크림 빵과 생크림 케이크로, 삼송은 고로케·단팥빵 등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제품으로 입소문을 탔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옵스는 지난해 대비 매출이 7% 감소했고, 삼송도 수도권 매장 확장 이후 역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째 상승 곡선을 그리던 스타 빵집 매출이 꺾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빵집도 공급 과잉 시대…‘프리미엄 피로감’
무엇보다 ‘빵의 르네상스’라 불리던 국내 베이커리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제과점 수는 1만 9천 곳을 넘어섰고, 고급 베이커리 브랜드만 300여 곳이 넘는다. 이 중 상당수가 프랜차이즈가 아닌 지역 기반의 수제 전문점이란 점에서, 시장 쏠림 현상과 소비자 선택 피로감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5000원~8000원을 호가하는 고급 빵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은 점점 ‘가격 대비 가치’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빵 한 개에 만 원’이라는 가격은 소득 둔화, 물가 상승과 맞물리며 가성비 중심 소비패턴으로 전환되는 흐름과 충돌했다.
SNS 마케팅의 유효기간…‘일상화’된 프리미엄
과거에는 SNS에 올라온 화려한 크루아상, 바게트, 크림빵 사진이 ‘핫플 인증’이 됐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이 ‘새로움’보다 ‘익숙함’에 피로를 느끼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프리미엄 베이커리의 포지셔닝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된 것이다.
실제로 스타 빵집들의 주요 고객층이던 2030 세대는 MZ세대 취향 다변화와 맞물려 ‘디저트 소비’보단 ‘간편한 식사’나 ‘영양 중심 간식’으로 이동 중이다. 즉, ‘맛있고 예쁘기만 한 빵’은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다.
편의점·카페 베이커리의 반격도 한몫
한편,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처럼 체인 베이커리 외에도, 편의점 베이커리의 퀄리티 향상과 카페형 베이커리(스타벅스·폴바셋 등)의 확장도 스타 빵집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CU, GS25 등은 2~3일에 한 번씩 신제품을 출시하며 빵의 ‘신선함’을 어필하고 있고, 스타벅스는 한정판 크로플이나 단팥빵을 내세워 젊은 세대를 유혹하고 있다. 여기에 편의성과 접근성,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지면서 ‘굳이 줄 서서 사 먹을 이유’를 지우고 있는 셈이다.
위기인가 전환점인가…스타 베이커리의 생존법
이제 스타 빵집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다. 브랜드 스토리 강화, 지역 연계 상품 개발, 베이킹 클래스 등 체험형 콘텐츠 확장 등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거론된다.
예컨대 일본 유명 베이커리 '긴자 김우라야'는 100년 넘는 전통을 문화 콘텐츠로 풀어내며 충성 고객을 확보했고, 국내 일부 프리미엄 베이커리도 지역 특산물과 연계한 협업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빵 맛’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 성장이 어렵다는 메시지가 분명해진 지금, 스타 빵집들도 재미·가치·경험의 3박자 전략 없이는 다음 세대를 사로잡기 어려운 시기에 들어섰다.
결론: 빵집도 전환의 시대…‘맛’을 넘어 ‘브랜드’로
옵스와 삼송의 매출 감소는 단지 두 브랜드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전국적인 고급 베이커리 시장의 성장 한계와 소비 트렌드 변화가 겹친 구조적 전환 신호다. 스타 빵집이라는 명성이 지속되려면 이제는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 전체를 혁신해야 할 때다.
‘빵지순례’가 ‘빵의 홍수’로 변한 지금, 그 사이에서 진짜 살아남는 빵집은 ‘맛있다’는 평가보다 ‘기억에 남는다’는 이야기를 듣는 곳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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