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이 인도 시장에 본격적인 '올인' 전략을 선언했다. 무려 5000억 원 규모의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단순한 게임 수출국을 넘어 현지화·생태계 구축까지 염두에 둔 장기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이는 단순한 사업 확장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크래프톤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격적인 ‘인도형 생존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시 찾은 기회의 땅, ‘인도 리부트’
크래프톤과 인도는 뗄 수 없는 인연이다. 글로벌 히트작 *배틀그라운드 모바일(BGMI)*는 인도에서만 1억 회 이상 다운로드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2020년 인도 정부의 보안 문제로 인해 서비스가 일시 중단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이후 크래프톤은 데이터 서버를 인도 현지에 두고 콘텐츠를 조정하는 등 ‘인도 맞춤형’ 전략으로 서비스를 재개하며, 브랜드 신뢰 회복에 힘써왔다.
이번 5000억 투자는 단순한 마케팅 비용이 아니다. 게임 개발, 인재 양성, 스타트업 육성, 콘텐츠 IP 투자까지 포함된 통합형 투자 패키지로, 인도를 ‘제2의 본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왜 하필 인도인가? 시장의 잠재력은 숫자로 증명된다
인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소비 시장 중 하나다. 7억 명 이상의 모바일 사용자, 평균 연령 28세의 젊은 인구, 폭발적인 모바일 게임 수요가 맞물려 있는 구조다. 실제로 인도는 2023년 기준 세계 최대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국가로, 전체 다운로드의 16%를 차지했다.
여기에 인터넷 보급률이 급상승하고, 정부도 디지털 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도는 “지금 공략하지 않으면 늦는다”는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규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는 ‘정치적 리스크가 낮고 성장 여력이 높은’ 희귀한 시장이기도 하다.
단순 진출이 아닌 ‘인도형 생태계’ 구축
크래프톤은 투자 방향에서도 기존과 차별화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히 자사 게임의 매출 확대가 아니라, 인도 내 게임 개발사와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통째로 키우겠다는 접근이다. 대표적으로, 인도 게임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 투자 확대, 현지 e스포츠 대회 정례화, 유튜브·틱톡 등 현지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강화 등이 추진 중이다.
또한 크래프톤은 **현지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Krafton India Gaming Incubator)**을 통해 인도 내 게임 인재를 발굴·육성할 계획이다. 이는 크래프톤이 인도에서 단순 퍼블리셔가 아닌 ‘산업 조력자’로 역할을 확장하겠다는 시그널이기도 하다.
리스크는 없나? 정부 규제·콘텐츠 민감도 변수
물론 인도 시장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인도는 정치·종교적 콘텐츠에 대한 검열이 강하고, 국가 안보 문제와 연계된 플랫폼 규제가 돌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BGMI가 퇴출당한 것도 중국산 게임과의 연계성에 대한 의심 때문이었다.
크래프톤은 이에 대응해, 게임 내 피와 전투 표현을 조정하고, 인도 전용 서버를 운영하며, 현지법을 충실히 준수하는 방식으로 신뢰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엔 비(非)폭력형 콘텐츠 개발도 병행하며 인도 정부와의 갈등 여지를 줄이는 중이다.
결론: 인도를 잃으면 미래도 없다? 크래프톤의 도전이 시작됐다
이번 크래프톤의 5000억 투자는 단순한 시장 다변화를 넘어서, 회사의 장기 생존 전략을 가늠할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미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포화 상태이고, 북미·중국은 규제 리스크가 상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크래프톤이 인도에서 확고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이는 단순한 매출 증대를 넘어서 ‘글로벌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성장은 외부에서 온다”는 통찰을 실천에 옮긴 크래프톤. 이번 인도 전략이 성공한다면, 한국 게임 산업 전반에도 ‘제2의 신흥시장 전략’이라는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지금, 크래프톤은 인도에서 게임 이상의 미래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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