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뜨겁게 달아올랐던 메타버스(Metaverse)는 ‘거품’이라는 평가 속에 빠르게 식었다. 메타의 주가 하락, 대기업들의 관련 사업 철수, NFT·블록체인과 함께 묶인 기술 과잉의 피로감이 겹쳤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조용히 불이 붙고 있다. 이번엔 AI가 불씨가 됐다. 생성형 AI, 디지털 휴먼, 몰입형 콘텐츠 기술과 결합하면서, 메타버스는 단순한 가상세계가 아닌 '지능형 디지털 현실'로 재정의되고 있다.
‘한물간 기술’에서 ‘재진화의 전초기지’로
2021년,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며 쏘아올린 메타버스 열풍은 단기간에 투자 광풍을 몰고 왔다. 하지만 2년이 채 지나기도 전, 시장은 실망으로 돌아섰다. 현실성 없는 사용자 경험, 콘텐츠 부족, 높은 진입 장벽, 그리고 무엇보다 **"AI 없이 너무 앞서간 상상"**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러나 2024년 이후, 상황이 바뀌고 있다. **생성형 AI(GPT, Sora, Midjourney 등)**의 발전이 메타버스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콘텐츠 생성, NPC(비플레이어 캐릭터) 자동화, 실시간 음성 대화, 몰입형 UX 설계에 있어 AI는 메타버스의 약점을 빠르게 보완 중이다.
디지털 휴먼과 AI 아바타의 부활
AI의 개입은 메타버스를 단순한 가상공간이 아닌 상호작용 가능한 지능형 사회로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가 바로 ‘디지털 휴먼’이다. 기존 메타버스에서는 정해진 스크립트나 수동 조작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AI 기반의 자연어 처리와 감정 분석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용자와 대화하고 반응하는 가상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Omniverse와 Mesh를 통해 AI 아바타 기반의 업무 협업 환경을 시연하고 있으며, 네이버도 AI 기반 '가상 인간' 기술을 고도화하며 ‘메타버스 커머스’에 접목하고 있다. 기존 ‘움직이는 캐릭터’가 ‘대화하고 반응하는 존재’로 진화 중이다.
생성형 AI, 콘텐츠 빈틈을 메우다
메타버스의 가장 큰 한계 중 하나는 콘텐츠 제작의 비효율성이었다. 현실 세계처럼 풍성한 가상세계를 구현하기 위해선 막대한 시간과 예산이 들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텍스트 한 줄로 배경, 캐릭터, 의상, 심지어 스토리까지 자동 생성해주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이 혁명적으로 빨라지고 있다.
디센트럴랜드, 로블록스 등은 이미 생성형 AI를 도입해 사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한국의 일부 스타트업도 'AI 기반 게임 콘텐츠 플랫폼'으로 전환 중이다. 이는 ‘메타버스 콘텐츠는 기업만 만드는 것’이라는 구조를, ‘누구나 창작하는 오픈 생태계’로 전환시키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기업은 철수했지만, 기술은 진화 중
한편, 구글, 디즈니, 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이 메타버스 조직을 정리하면서 업계에 ‘사망 선고’가 내려진 듯한 인상이 퍼졌지만, 실제로는 기술 자체는 계속해서 진화 중이다. 애플은 Vision Pro를 통해 ‘스페이셜 컴퓨팅’으로 공간 인터페이스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고, 삼성은 XR(확장현실) 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텐센트, 바이트댄스도 AI와 결합된 메타버스 시뮬레이션 플랫폼에 투자 중이며, 일본의 소니는 VR 기반 콘서트 및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대대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B2C에서 B2B로, 엔터에서 교육·의료·산업으로’의 전환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결론: 메타버스 2.0, 죽은 줄 알았던 기술의 귀환
결국 메타버스는 죽지 않았다. 단지 일시적으로 과도한 기대를 감당하지 못한 채 ‘기술 숙성의 침묵기’를 거쳤을 뿐이다. 이제 AI라는 강력한 동반자를 만난 메타버스는 보다 실용적이고, 상호작용 가능하며, 콘텐츠 중심적인 생태계로의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의 ‘메타버스 철수’ 뉴스만 보고 메타버스를 단정짓는 것은 섣부르다. 진짜 메타버스는 이제 막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기술이 먼저가 아니라 사용자 경험이 먼저”라는 교훈을 안고, 더 똑똑하고 유용한 방식으로 돌아오고 있다.
AI 시대의 메타버스는 이전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단순한 유행이 아닌, 디지털 세계와 현실을 잇는 진짜 '가상-현실 하이브리드'로서의 가능성이다. 이 조용한 부활이, 메타버스를 다시 글로벌 무대의 중심으로 밀어올릴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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