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기술 초격차의 정체 구간을 돌파하기 위한 '두뇌 동맹'에 방점을 찍었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MIT, 스탠퍼드, 프린스턴 등 세계적 석학들과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가동한 것이다. 반도체·AI·차세대 배터리 등에서 정체를 겪던 기술 혁신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두뇌들과의 협업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다는 전략이다.
‘초격차’ 전략의 한계가 보였다
삼성은 그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에서 '초격차' 전략으로 승부해왔다.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먼저 앞서나가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3나노 반도체 수율 문제, D램 가격 하락, TSMC·애플 등 강력한 경쟁자들의 부상 속에서 초격차는 점점 유지가 어려운 개념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 시스템 반도체, 소재 기술 등에서 급변하는 기술 흐름을 삼성 내부 역량만으로 따라잡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삼성은 기존의 ‘내부 집중형 R&D’를 넘어, ‘외부 두뇌를 내부 자산처럼 연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美 최고 석학들과 '실질적' 공동연구 돌입
삼성은 미국 내 유수 대학 연구진들과 공동 연구소 설립, 인재 교류, 기술 스핀오프 투자까지 포함된 종합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단순히 논문을 위한 산학 협력이 아니라, 사업화와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실전형 협력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MIT에서는 차세대 메모리 소재와 3D 집적 기술, 스탠퍼드에서는 AI 반도체 설계와 저전력 알고리즘, 프린스턴에서는 인간 수준의 인지형 AI 개발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특히 프린스턴 AI랩의 ‘인간 시각 기반 영상 인식’ 기술은 삼성의 스마트폰 및 자율주행 반도체 분야에 접목될 예정이다.
또한, 삼성은 **‘삼성 글로벌 연구 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해 석학들이 직접 삼성의 미래 전략에 자문을 제공하고, 유망 기술 스타트업 투자에까지 동참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이는 단순 연구비 지원을 넘어서, 삼성의 기술 정체 구간을 외부 두뇌를 통해 돌파하겠다는 선언과 같다.
내부 기술진과의 융합…‘이식형 혁신’이 핵심
삼성의 또 다른 전략 포인트는 외부에서 들여온 아이디어를 단순 참고가 아니라, 내부 기술과 완전히 융합하는 **‘이식형 혁신’**이다. 실제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연구자들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과 각 사업부 소속 연구진들과 공동으로 랩을 구성하게 되며, 일시적 용역이 아닌 장기 연구 동반자로 활동하게 된다.
이런 구조는 과거 ‘외부 특허 수혈’ 방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존에는 외부 아이디어를 도입해 제품화하는 데 수년이 걸렸지만, 이젠 실시간으로 공동 개발되고, 기술이 실험실에서 제품으로 직행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기술뿐 아니라 ‘문화’까지 수혈…혁신 DNA 리셋
삼성이 이번 글로벌 석학 연계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단지 기술력만이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실험적 사고, MIT의 창의적 문제 해결 방식, 프린스턴의 철학적 접근 등은 삼성이 그간 간과해온 ‘혁신 문화’ 그 자체다.
기존 삼성의 연구 문화가 ‘안정적 반복’과 ‘성과 지향’에 기울었다면, 이번 파트너십은 실패를 감수하더라도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수혈에 가깝다. 실제로 일부 프로젝트에는 실패 가능성이 70% 이상인 실험적 과제가 포함됐지만, 삼성은 이를 ‘필요한 실패’로 간주하며 오히려 리스크를 반기는 분위기다.
결론: 기술의 중심에서 다시 태어나려는 삼성
삼성의 미국 석학 연계 전략은 단순한 기술 투자나 외부 의존이 아니다. 이는 삼성이라는 거대한 기업이 다시 한번 ‘기술 중심 기업’으로서 존재 이유를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초격차의 피로도가 높아진 지금, 삼성은 다시 본질로 돌아가 **‘왜 우리가 이 기술을 하는가’, ‘무엇을 위해 앞서가야 하는가’**를 외부의 눈으로 재정비하고 있다. 이것이 단기 성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삼성은 ‘길게 보고 크게 움직이는’ 법을 택했다.
지금 이 순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두뇌들이 삼성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기술의 진짜 중심은 실리콘이 아닌 사람과 사고라는 것을, 삼성은 다시 한번 증명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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