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장사’로 대표되던 금융지주사들의 수익 모델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순이자마진(NIM)이 1%대 초반으로 떨어지며, 수익성 둔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몇 년간 지속됐던 고금리 호황 사이클이 끝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 안팎에서 제기된다.
최근 발표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순이자마진은 모두 1%대에 머물렀다. 신한금융은 1.74%, KB금융 1.72%, 하나금융 1.71%, 우리금융은 1.69%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1.9% 안팎의 수치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하락세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의 가장 기본적인 수익성 지표로,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의 차이를 뜻한다. 쉽게 말해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벌어들이는 이자 수익에서 돈을 끌어모으는 데 드는 비용을 뺀 순수익이다. 그런데 이 지표가 내려앉았다는 건 은행의 ‘이자 장사’에 직격탄이 날아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예금금리 상승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장기간 고수하면서 시장에 ‘고금리 예금’ 상품이 쏟아졌고, 이에 따라 은행의 조달 비용이 치솟았다. 반면 대출금리는 경기 둔화 우려와 금리 인상 피크 아웃 전망으로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됐다. 이른바 ‘예대마진 축소’가 현실화된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압박도 한몫했다. 정부는 서민·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은행권에 금리 인하를 주문했고,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차원의 대출금리 인하 유도 정책도 이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 장사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정책적 압박이 겹치며 수익성 방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비은행 계열사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 부문이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전통적 은행업 수익성 둔화와 맞물려 그룹 전체의 실적 하방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이자 수익만으로 그룹 실적을 방어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며 “비은행 강화와 비이자수익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일부에선 “금리 정점 구간을 지나면서 은행의 수익성 둔화는 불가피하지만,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1%대 초반의 순이자마진은 글로벌 은행 대비 높은 편이며, 대출자산 증가와 비용 절감 노력으로 방어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우려는 계속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과 한국은행의 통화완화 기조 전환이 예상되면서, 하반기에는 예대마진이 추가로 축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애널리스트는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예대금리 차 축소 압력은 더 커질 것”이라며 “수익성 방어를 위해선 비이자수익 사업 강화와 비용 효율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금융지주사들도 내부적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해외사업 확대, 자산관리(WM)·투자은행(IB) 부문 강화, 디지털 금융 혁신 등을 통해 비이자수익 비중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고, 기존 은행업의 안정적 수익성을 대체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자 수익 시대의 끝이 다가오는 건 맞지만, 그것이 곧 은행업의 위기나 종말을 뜻하지는 않는다”며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 금융, 플랫폼 비즈니스 등으로의 전환 속도가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순이자마진 1%대 진입은 금융지주사들에 경고등과 기회 신호를 동시에 주고 있다. 과거의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으려는 금융지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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