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이로써 소비자물가는 4개월 연속 2%대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 수준에 근접한 수치지만, 물가 안정을 단언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품목별로 들여다보면 생활물가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식료품, 외식비 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서민 체감 물가는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14.99로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상승률은 올해 1월 2.8%를 기록한 뒤 2월 2.5%, 3월 2.2%에 이어 이번 달에도 2%대 흐름을 이어갔다. 정부는 “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으로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전문가들은 “기저효과와 에너지·농산물 가격 하락 영향이 작용한 결과로, 내부적 구조적 압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품목별로 보면 식료품·비주류 음료 가격은 전년 대비 3.5% 상승했다. 특히 채소류는 공급 부족과 기상 악화 영향으로 가격 상승폭이 컸다. 배추는 1년 전보다 20% 넘게 올랐고, 상추·깻잎·오이는 15~18% 상승했다. 고기류 중 돼지고기는 전월 대비 4% 올랐고, 수입 소고기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 소비자는 “마트 갈 때마다 장바구니에 담는 품목이 줄어든다”며 “수치상 물가는 잡혔다지만 체감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서비스 물가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외식 물가는 전년 대비 4.4% 상승했다. 갈비탕, 삼겹살, 치킨, 냉면 등 주요 외식 품목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인건비, 임대료, 식재료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가격 인하 여력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 기조가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하반기에는 돌발 변수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가격, 중동 정세, 가뭄·홍수 같은 기상 이슈 등이 여전히 리스크”라며 “농축수산물 비축 물량 방출, 주요 생필품 할인행사 확대 등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가 안정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고 경고한다. 특히 서비스 물가의 지속적 상승이 구조적 물가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상품 가격은 공급망 회복, 국제 유가 안정 등으로 진정되더라도, 서비스 물가는 임금 상승과 맞물려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근원 물가(농산물·에너지 제외 물가)는 3%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4월 근원 물가 상승률은 2.9%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월(3.6%)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목표치(2%)를 웃돌고 있다. 한국은행은 “근원 물가가 예상보다 더디게 내려오고 있어 통화정책 경로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와 경계가 교차하고 있다. 일부에선 “물가 안정 흐름이 지속되면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다른 쪽에선 “근원 물가와 서비스 물가를 감안하면 성급한 인하는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고물가의 압박을 호소한다. “전기요금, 교통비, 외식비, 공공요금 다 올랐는데 무슨 물가 안정이냐”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한 자영업자는 “물가 지표보다 실제 생활비가 체감되는 경제다. 수치보다 현장 목소리를 더 반영해달라”고 말했다.
결국 2%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안도할 신호라기보다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경고등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가와 경기, 금리, 소비 심리 모두가 복합적으로 얽힌 시점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의 신중한 정책 조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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