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전 산업이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팀코리아’가 처음으로 내륙 원전 수주에 성공하며 한국형 원전 수출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이번 수주는 단순한 계약을 넘어 향후 50조 원 규모의 수주로 이어질 수 있는 '황금 티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프로젝트는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건설될 내륙 원전 1기에 대한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이다. 원전 수출에 있어 내륙 지역은 해안 지역보다 까다로운 입지 조건과 주민 수용성, 환경 기준 등이 엄격해 전통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았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수주는 기술력과 신뢰성, 프로젝트 관리 역량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특히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이 참여한 이른바 ‘팀코리아’ 컨소시엄의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단순히 한 기업의 성취가 아닌 국가적 역량의 총합이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팀코리아가 보여준 일사불란한 협업과 기술력, 금융 조달 능력이 유럽 내 신뢰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계약은 단일 원전 1기에 대한 것이지만, 옵션으로 추가 1기, 그리고 별도 지역 2기의 수주 가능성이 열려 있다. 체코 정부는 이미 2+2기의 추가 발주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국과의 협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만약 4기 전량을 수주하게 된다면 수주액은 최대 50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국 원전 수출 역사상 최대 규모 계약이 될 가능성도 있다.
더 나아가 이번 수주는 단순히 체코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는다. 같은 내륙국인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중부유럽 국가들까지 한국 원전 기술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체코의 이번 결정을 주시하던 여러 유럽국가들이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산업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수주로 원자로와 주요 기자재 수출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고,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역시 해외 원전 시장에서의 입지를 한층 다질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선 “해외 원전 수주는 단순 건설이 아닌 60년 이상 유지·보수, 운영 지원까지 이어지는 장기 산업”이라며 “수십 년간 안정적 수익과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물론 도전 과제도 있다. 유럽의 까다로운 환경 기준과 원자력 반대 여론, 안전성 기준 강화 등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요소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출을 통해 세계 최초로 해외 원전 준공과 상업 운전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그 경험과 신뢰를 기반으로 이번 내륙 원전 수주까지 이어진 것이다.
정부 역시 지원에 적극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대통령이 직접 정상 외교 차원에서 챙겨온 결과물”이라며 “향후 추가 수주와 다른 국가로의 확산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원전 수출은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선다. 에너지 안보, 탈탄소, 기술 외교 등 다층적 의미를 갖는다. 특히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시장으로의 확장성까지 고려하면 한국 원전 산업의 글로벌 위상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첫 내륙 원전 수주는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팀코리아의 한 관계자가 남긴 말은 지금 이 성취의 의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 원전 산업이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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