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통업계의 대표 성장 엔진이었던 편의점 산업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초소형 점포, 24시간 운영, 즉석식품 혁신 등으로 시장을 선도해온 편의점 업계가 최근 들어 ‘성장 정체’라는 벽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해법으로 매장 리뉴얼과 서비스 구조 전환에 나서고 있다.
통계청과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 기준 전국 편의점 수는 5만4000여 개로 정점을 찍은 후 사실상 점포 수 증가세가 멈춘 상태다. 점포 수 포화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예고된 현상이었지만, 고정비 상승·인건비 부담·소비 위축까지 겹치며 기존 점포의 수익성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주요 편의점 브랜드의 1인당 구매건수나 객단가는 수년째 정체 상태다. 과거엔 "어디서든 쉽게 들어가고, 무엇이든 간편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었지만, 배달 앱, 무인점포, 온라인몰 등 편의성과 접근성을 제공하는 경쟁자들이 늘어나며 입지 경쟁력이 약화됐다. 이에 따라 편의점 본사들은 이제 "점포 수 확장"이 아닌, "점포 구조 혁신"이라는 전략 전환에 나선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CU, GS25, 세븐일레븐 등 주요 브랜드는 올해부터 ‘미래형 매장’ 실험을 본격화하고 있다. 편의점이 단순한 물류거점에서 소비자 체류형 공간, 혹은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CU는 최근 '라이프 플랫폼 스토어' 모델을 선보였다. 기존 식음료 중심에서 탈피해 카페형 인테리어와 휴게 공간을 강화하고, 배달·픽업 거점으로 기능을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도심형 매장은 프리미엄 커피와 즉석 디저트, 지역 밀착형 매장은 공공요금 수납, 택배 보관소 같은 생활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GS25는 AI기반 무인결제 시스템과 로봇 배송 서비스 도입을 병행 중이다. 일부 시범 매장에선 서빙 로봇이 도시락과 음료를 진열하고, 스마트 냉장고가 재고 데이터를 분석해 발주를 자동화한다. 여기에 맞춤형 상품 큐레이션 기능까지 더해져 ‘AI 추천 상품’ 코너도 확대 중이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기존 점포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세븐일레븐은 한 발 더 나아가 ‘멀티 매장’ 전략을 채택했다. 편의점 안에 라면 전문점, 편의 미용실, 무인 세탁함 등을 결합해 소비자가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복합 생활소비공간’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역세권 상권이나 오피스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혼밥족’과 ‘직장인’ 수요를 겨냥한 소형 푸드코트형 점포로 차별화 시도를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 전환의 핵심은 ‘머무는 편의점’에서 ‘경험하는 편의점’으로의 진화다. 더 이상 ‘빨리 사고 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체류하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MZ세대의 소비 행태 변화도 이러한 변신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다. 단순히 물건을 사기보다는, SNS에 올릴 콘텐츠를 만들고,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편의점을 인식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변화가 전면 도입되기에는 넘어야 할 장벽도 많다. 리뉴얼에 따른 초기 투자비용, 가맹점주와의 수익 배분 문제, 디지털 인프라 구축의 기술적 한계 등이 현실적인 제약으로 작용한다. 특히 지방이나 중소도시의 경우, 여전히 전통적인 매출 구조에 의존하고 있어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이 같은 변화 없이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절박함을 공유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편의점 폐점률이 소폭 상승하고 있으며, 매출 상위 점포와 하위 점포 간 이익 편차도 크게 벌어지는 추세다. 이는 단순한 운영 노하우의 차이가 아닌, 소비자 니즈 대응 여부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결국 편의점의 미래는 **"얼마나 빨리, 현명하게 변화하는가"**에 달려 있다. 단순 상품 진열 공간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 맞춤 서비스, 지역 커뮤니티 허브, 스마트 상권 플랫폼으로 진화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성장 한계는 더욱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
편의점 업계가 ‘매장 싹 바꾸기’에 나선 지금,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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