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의 빗장 해제.
중국 당국이 사실상 ‘한한령(限韓令)’을 거둬들이며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한한령은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이후 중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시행해 온 한국 콘텐츠 차단 조치로, 그간 K팝·K드라마·K배우들의 현지 진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 당국이 한국 연예인의 방송 출연과 드라마, 음악 유통에 대해 ‘사전 승인’을 허가하면서 한한령 해제 조짐이 공식화됐다. 특히 지난 4월 말, 중국 내 최대 영상 플랫폼 아이치이(iQIYI)가 국내 제작사와 공동으로 제작한 드라마를 정식 편성하며, 한중 콘텐츠 협업의 물꼬를 텄다. 이는 단순한 시그널을 넘어, 정책적 전환점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는 엔터주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브, JYP Ent., 에스엠(SM), YG엔터 등 주요 기획사들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한한령 해제 수혜 기대감이 본격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 내 팬덤 기반이 두터운 BTS, 블랙핑크, 스트레이키즈, NCT 등의 글로벌 투어 수익 확대 가능성이 부각되며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유입되고 있다.
하이브는 최근 한 달 새 20% 이상 주가가 상승했고, JYP는 52주 신고가를 다시 갈아치웠다. 중국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경험이 있는 YG엔터 역시 블랙핑크의 글로벌 IP와 결합해 향후 현지 활동 재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음원 스트리밍, 뮤직비디오 수익, 팬덤 플랫폼 수익 등 디지털 수익 구조가 중국에서 폭발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점은 시장에서 큰 모멘텀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한류 콘텐츠의 중국 내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 유튜브·웨이보·틱톡 등 SNS를 통한 ‘비공식 유통’으로도 K콘텐츠는 꾸준한 인기를 유지해왔다. 중국 Z세대는 이미 K팝 팬덤 문화를 내면화하고 있으며, ‘오피셜 진출’만으로도 막대한 경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이번 조치는 이런 억눌렸던 수요가 다시 한번 공식 시장으로 환원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엔터 업계 전체에 전환점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엔터 업계는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이브는 중국 내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위버스(Weverse) 기반 커뮤니티 확장을 모색 중이며, JYP는 현지 공연 및 오디션 프로그램 기획에 착수했다. YG는 아예 중국 합작 법인 설립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SM 역시 글로벌 IP 기반 콘텐츠를 중국 OTT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시장은 단기적 호재보다 중장기 전략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중국은 여전히 콘텐츠 심의가 강력한 국가이며, 외국 자본에 대한 규제 역시 완화된 상태는 아니다. 특히 현지 정부의 정치·외교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리스크’는 여전히 상수(常數)**로 남아있다.
이를 의식한 듯, 다수의 기획사들은 ‘중국 의존도 최소화’와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동남아, 인도, 중남미 등 신규 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중국은 ‘보너스’ 정도로 인식하는 신중한 행보가 뚜렷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은 중국 진출보다는 글로벌 플랫폼 확장에 힘을 싣는 구조적 변화가 중요하다”며 “중국 수익은 그 자체로 긍정적이지만, 지나친 기대는 조정 국면에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번 한한령 해제 움직임은 엔터주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임은 분명하다. 팬덤 산업, IP 확장, 라이브 공연, 글로벌 플랫폼 유통 등 다각화된 수익 모델을 갖춘 K엔터 기업들에게 **중국 시장은 잠재력 넘치는 ‘지연된 성장지’**다. 이미 검증된 수요 위에 제도적 빗장까지 풀린다면, 이는 실적과 주가 양면에서 장기적인 우상향 흐름을 만들 수 있다.
이제 관건은 ‘속도’와 ‘전략’이다. 9년 만에 열린 문 앞에서 누가 먼저, 어떻게 진입하느냐에 따라 엔터 기업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K콘텐츠의 진짜 르네상스는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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