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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인 듯 국산 아닌'…중국산에 점령당한 국내 태양광 시장

mellow7 2025. 4. 3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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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산업은 오랫동안 ‘신재생 에너지의 상징’으로 불려왔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가 이어지면서, 한국 역시 태양광 보급률을 급격히 끌어올려 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시장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바로 중국산 제품의 '교묘한 택갈이(원산지 바꿔치기)'를 통해 국내 태양광 시장이 사실상 중국 제품에 잠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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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태양광 산업은 한때 한국이 주도권을 쥐기도 했다. 셀과 모듈 기술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 유럽, 미국 시장으로 수출도 활발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대규모 투자, 이어진 초저가 공세는 시장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현재 글로벌 태양광 모듈 시장 점유율은 중국 업체가 무려 80% 이상을 차지한다. 문제는 국내 시장조차 이 중국산 제품들에 의해 점령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산 제품은 가격 경쟁력이 압도적이다. 품질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을 맞추면서, 한국산 대비 20~30% 이상 저렴하다. 이 때문에 국내 태양광 설치업체들은 저렴한 중국산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빠져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를 여전히 갖고 있어, 업체들은 이를 악용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바로 ‘택갈이’다.

택갈이는 쉽게 말해 중국산 제품에 국내 브랜드 라벨만 붙여서 국산처럼 판매하는 행위다. 이 과정에서 "국내 생산", "국내 제조"라는 문구가 자연스럽게 동원된다. 실제로 모듈의 주요 부품인 셀(cell)은 중국산인데, 이를 국내에서 최종 조립만 하고 ‘국산 제품’으로 둔갑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방식은 원산지 표시 규정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든다.

법적으로 최종 조립과 검사 공정이 국내에서 이뤄지면 '국내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주요 부품이 중국산이라면, 이는 사실상 '국산 탈을 쓴 중국산'일 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규제는 미흡하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하고, 비싼 값을 주고 중국산 제품을 사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국내 태양광 보급정책도 중국산 점령을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설치 실적을 우선시해 빠른 보급을 목표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설치업체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최우선 고려사항이 될 수밖에 없었다. 품질이나 원산지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결과적으로 "빨리, 많이" 설치한 태양광 패널 대부분이 중국산 부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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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점은, 중국산 제품의 품질 리스크가 장기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정상 작동하지만, 5년에서 10년이 지나면 출력 저하, 미세균열, 변색 등의 문제가 급격히 나타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태양광 설비는 최소 20년 이상을 목표로 설치되는 장치인데, 이처럼 조기 성능 저하가 발생하면 결국 유지보수 비용과 교체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와 사회가 부담하게 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지금처럼 가격만 보고 중국산 제품을 무분별하게 수입하고, 원산지 표시를 교묘히 속이는 관행이 지속된다면 한국 태양광 산업의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단순히 소비자 피해를 넘어, 국내 태양광 제조기업들의 생존 위기도 가시화될 수 있다.

대책은 무엇일까? 첫째, 원산지 표시제도를 근본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단순 조립만으로 국산 인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현재 규정을 손봐야 한다. 주요 부품이 외국산일 경우 이를 명확히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

둘째, 정부의 태양광 보급 정책도 '품질 기반'으로 재편돼야 한다. 단순 설치량이 아니라, 장기 신뢰성과 안전성 기준을 통과한 제품만 지원 대상이 되는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단가만 낮춘 저품질 제품의 확산을 막고, 국산 고급 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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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소비자 인식 개선도 필수적이다. 저가 제품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제품 수명과 전체 수명주기 비용(LCC: Life Cycle Cost)을 고려한 현명한 소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소비자가 깨어있어야 시장도 건강해질 수 있다.

현재 국내 태양광 시장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단기적 설치 실적에 집착할 것인가, 아니면 품질과 기술력을 키워 진정한 에너지 독립을 이룰 것인가. 늦지 않았다. 교묘한 택갈이에 속지 않고, '진짜' 국산 태양광 산업을 지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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