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대선과 추가경정예산(추경)이라는 정치·경제 이벤트를 앞두고 요동치고 있다. 특히 최근 시장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흐름은 필수소비재주(株)의 강세다. 대형 정치 이벤트가 다가올수록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경기 방어력이 강하고 실적 변동성이 낮은 필수소비재 종목들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피난처'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필수소비재는 경기 상황에 관계없이 소비가 유지되는 품목을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기업을 뜻한다. 식음료, 유통, 생활용품, 의약품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필수소비재는 전통적으로 경기 방어주(defensive stock)로 분류된다.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눈길을 돌리는 영역이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뚜렷하다. 식품 대장주 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은 2월 들어 주가가 10~20% 이상 상승했다. 생활용품 대표주인 LG생활건강, 애경산업도 바닥 탈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 업종인 이마트, 롯데쇼핑도 3월 들어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제약·바이오 대형주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매출 변동이 적은 종목들에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이처럼 필수소비재주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깔려 있다.
첫째, 대선을 앞둔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대선은 경제 정책 방향성 자체를 뒤바꿀 수 있는 이벤트다. 특히 이번 대선은 복지 확대, 서민 지원 강화 등 소비 진작 공약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소비 진작 예산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필수소비재 기업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
둘째, 추경 효과다. 정부는 경기 부양과 서민 지원을 위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예정이다. 직접적인 현금 지원과 소비 쿠폰 지급이 필수소비재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식음료, 유통, 생활필수품 업종은 추경 수혜가 가장 빠르게 나타나는 영역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선제적으로 필수소비재주를 담기 시작했다.
셋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정책 지속, 중국 경제 회복 지연, 지정학적 리스크(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동 긴장 고조) 등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고성장주보다는 안정적 현금흐름을 가진 종목에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강해진다.
넷째, 밸류에이션(Valuation) 매력이다. 필수소비재주는 최근 몇 년간 성장주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섹터다.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측면에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가치주 투자 흐름과 맞물려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물론 필수소비재 업종에도 개별 기업별 차별화는 분명히 존재한다. 식품 업종에서는 원재료 가격 부담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가했는지가 중요하고, 유통업종에서는 이커머스 경쟁 심화에 따른 마진 방어 능력이 관건이다. 생활용품 업종은 브랜드력과 해외 매출 비중에 따라 실적 민감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을 갖춘 기업, 해외 시장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CJ제일제당은 글로벌 가공식품 매출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고, LG생활건강은 중국시장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북미·동남아 시장 확대에 성공하면서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모습이다.
증권업계는 필수소비재주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대선·추경이라는 이벤트 드라이브와 대외 리스크 완충 수단으로서 필수소비재주의 상대적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나증권도 "국내외 불확실성 심화 국면에서 필수소비재 섹터는 방어적 투자 매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대선 이후 정책 방향성, 추경 집행 효과, 글로벌 경기 흐름 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특히 원재료비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일부 기업은 수익성 방어에 애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필수소비재주가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이견은 크지 않다.
요약하면, 대선과 추경이 다가오는 지금, 한국 증시에서 가장 '현실적인' 투자 대안은 필수소비재주다. 변동성은 커지고 있지만, 소비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틈새를 공략하는 것이 바로 현명한 투자자의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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