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키징 전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첨단 반도체 기판’은 고성능 칩의 심장부를 떠받치는 핵심 부품으로, 미세 공정이 어려워 수율 확보가 곧 경쟁력이다. 이 격전지 한가운데, **LG이노텍이 AI(인공지능)**라는 비밀병기를 들고 나왔다. TSMC, 삼성전기, 대만의 아비스콘과 경쟁 중인 글로벌 기판 시장에서 AI 기반 수율 혁신으로 판도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 반도체 기판, 누가 더 정확히 만들 수 있나의 싸움
첨단 반도체 기판은 CPU·GPU·AI칩을 메인보드와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한다. 특히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같은 고급형 기판은 미세회로, 다층 구조, 열분산 설계 등에서 극한의 정밀도를 요구한다. 하지만 수십 단계 공정에서 하나만 어긋나도 제품 전체가 불량 처리되며, 수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이 기판의 수율은 60~70%를 넘기기 어려운데, 업계에서는 90% 이상 수율이 가능해지는 순간 ‘초격차’를 달성한 셈으로 평가한다. LG이노텍은 바로 이 ‘수율 90%’에 AI를 접목해 도전장을 낸 상태다.
■ AI가 기판 품질을 본다…LG이노텍의 첨단 제조혁신
LG이노텍은 자사 구미공장에 AI 기반 ‘스마트 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각 공정 단계에서 수집되는 수만 개의 데이터(온도, 습도, 압력, 포토레지스트 상태 등)를 분석해 결함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패턴을 실시간으로 예측한다.
예를 들어, 포토공정에서 회로 패턴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감지되면, AI가 사전에 공정 조건을 조정하거나 해당 라인을 자동으로 보정하는 방식이다. 이로써 사후 불량 검출이 아닌, 사전 예방이 가능해지면서 수율 손실을 최소화한다.
또한 AOI(자동 광학 검사) 장비에 딥러닝 알고리즘을 탑재해 불량 판정의 정확도도 20% 이상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에는 숙련 작업자의 육안과 정량 센서가 전부였지만, AI는 수만장의 이미지와 빅데이터 기반으로 미세한 패턴 이상까지 감지할 수 있어 오탐률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 경쟁사와 차별화, “AI 자체 내재화가 핵심”
주목할 점은, LG이노텍이 이 기술을 외주가 아닌 자체 AI 엔진과 알고리즘으로 내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LG CNS 및 그룹 AI연구원과 협력해 ‘AI 시뮬레이션+실공정 연동’ 모델을 구축 중이며, 기판 전용 데이터셋은 독자적으로 확보해 성능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삼성전기나 대만 기판업체들이 장비 고도화 중심의 접근을 취하고 있는 데 반해, LG이노텍은 ‘AI 기반 품질 플랫폼’을 산업기반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다르다.
이런 내재화 역량은 고객사 맞춤형 대응 속도와 보안 측면에서도 우위로 작용한다. 애플, 퀄컴, 엔비디아 같은 고성능 칩 고객사들은 기판 품질과 신뢰성 외에도 기밀 보호와 커스터마이징 능력을 중요시하는 만큼, AI 내재화는 장기적으로 경쟁사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무기다.
■ ‘포스트-SiP’ 겨냥한 차세대 기판 전쟁
LG이노텍이 AI를 통해 공략하는 또 다른 영역은 고밀도 패키징 기술이다. 특히 2.5D·3D 패키징 구조에서는 여러 반도체를 기판 위에 수직·수평으로 적층하는데, 이때 기판의 정밀도와 안정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업계는 이미 **SiP(System in Package)**를 넘어서는 AP+NPU+메모리 통합형 패키지로 진화 중이다. LG이노텍은 이 고난도 공정에서 AI를 활용해 설계 오류와 열 변형, 기계적 응력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하고, 양산 가능 여부까지 실시간으로 검증하는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이는 단순한 생산 품질 개선을 넘어서, 설계-제조 간 경계를 허무는 디지털 트윈 기반 제조 전략으로 평가된다.
■ 결론: AI 품은 기판 전쟁, 이노텍의 승부수
반도체 기판은 이제 ‘하드웨어 싸움’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전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이 전장에서 AI를 앞세워 고수율·고신뢰성·고속 대응력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수율이 낮으면 제품을 아무리 빨리 만들어도 의미가 없다. 수율이 높아야 원가가 낮아지고, 고객사는 안심하며 주문을 늘린다. 결국, AI가 LG이노텍을 반도체 기판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만들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제 반도체 기판 전쟁의 진짜 무기는 미세회로나 금속층이 아닌, 알고리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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