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은 쓰고 버리는 시대를 지나, 이제 되살려야 할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폐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약 120조 원, 하지만 여전히 80% 이상이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실정이다. 이 거대한 자원 낭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인공지능)**가 본격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단순한 분리배출을 넘어, 고부가가치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 회수 시스템을 AI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 폐플라스틱, 이제는 ‘자원’이다
플라스틱은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사용 후의 처리 방식’**이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지만, 올바르게 회수하고 정제하면 오히려 금보다 비싼 재생 원료로도 활용 가능하다.
예컨대 **페트병에서 추출한 고순도 재생 PET(재생 폴리에스터)**는 의류, 포장재, 자동차 부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또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티렌(PS) 등도 정밀하게 선별만 되면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신소재급 원료로 바뀐다. 바로 이 선별과 회수의 핵심에 AI가 투입되고 있다.
■ AI로 분류 정확도 ‘99%’ 시대…수작업 벗어난 폐기물 처리장
기존의 폐플라스틱 선별 시스템은 대부분 육안 분류 + 기계적 센서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투명한 플라스틱과 유색 플라스틱, 오염된 플라스틱과 깨끗한 플라스틱을 정밀하게 식별하는 데는 한계가 컸다.
최근에는 이미지 인식 기반의 딥러닝 AI가 투입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카메라와 센서가 실시간으로 쓰레기의 색, 재질, 형태를 분석해 PET, HDPE, PS, PP 등 10종 이상의 플라스틱을 자동 분류한다. 정확도는 99%에 육박하며, 작업 속도도 사람보다 2배 이상 빠르다.
독일 스타트업 'AMP 로보틱스', 일본의 '플라넷 AI', 한국의 '리하우' 같은 기술 기업들이 관련 장비를 개발 중이며, LG CNS·KT·한화시스템 등도 폐기물 AI사업에 진출해 주목을 받고 있다.
■ “누가 더 잘 골라내느냐” 폐플라스틱의 부가가치 전쟁
AI가 폐플라스틱을 고정밀 분류할 수 있게 되면서, 단순히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고부가가치 원료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식음료 페트병이다. 무색 투명 페트병은 고순도로 회수되면 의류·병원용 소재·화장품 용기로도 활용 가능하다. 반면 유색·오염 플라스틱은 저급 재활용이나 소각 대상이 되기 쉽다. AI가 이를 자동 식별해 고급 플라스틱만 따로 추출하면, 단가가 최대 5배 이상 차이 나는 프리미엄 재생 원료 시장을 정조준할 수 있다.
이런 구조는 제조사에도 기회를 제공한다. 코카콜라, 유니레버, P&G, 아디다스 등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은 ‘100% 재생 플라스틱 사용’ 목표를 세우고, 정제된 고품질 리사이클 소재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AI로 강화된 회수 시스템은 이들의 공급처가 되는 열쇠다.
■ AI + 로봇 = 무인 재활용 플랜트의 시대
AI는 단순히 판단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 판단을 로봇팔과 자동 이송 시스템과 결합해 완전 자동화된 폐기물 선별 공정을 만들고 있다.
센서+AI가 분류 → 로봇팔이 해당 플라스틱을 잡아내 컨베이어에 적재 → 용도별로 분류된 플라스틱은 별도로 압축·세척 → 즉시 공장으로 재투입되는 순환형 스마트 플랜트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환경부와 민간 재활용 기업들이 손잡고, 수도권 중심으로 AI 기반 분류 센터를 시범 운영 중이다. 향후에는 지방 중소형 도시에도 무인 폐기물 처리센터가 들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탄소중립+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AI 기반 자원 회수는 단순한 환경보호 차원이 아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필수 인프라이자, 새로운 산업 생태계다. 실제로 플라스틱 1톤을 재활용하면 석유 1.7톤 사용량과 탄소배출 2.5톤을 줄일 수 있다. 이는 ESG 경영을 추진 중인 기업들에게는 강력한 투자 유인이 된다.
동시에 AI가 고순도 재생 원료 확보를 가능케 하면서 재활용 사업 자체의 수익성도 상승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원재료 가격이 오르는 시점에는 재생 소재가 오히려 경쟁력을 갖는다.
■ 결론: 폐기물이 곧 자원이 되는 AI의 시대
이제 폐플라스틱은 더 이상 ‘버리는 쓰레기’가 아니다. AI가 개입하면서 ‘선별 가능한 자원’, ‘가공 가능한 원료’로 탈바꿈하고 있다. 120조 원 규모의 폐플라스틱 시장은 AI로 인해 ‘자원 순환 산업’이라는 새 이름을 얻게 될 것이다.
버려지는 순간 가치가 사라지던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선별의 정밀도가 부를 결정하는 시대, 그리고 그 선별을 맡은 것은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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