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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체가 마스크팩을?"…K뷰티 진입 러시에 흔들리는 업계 생태계

mellow7 2025. 4. 1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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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말고 마스크팩도 있습니다.”
최근 한 수산물 가공업체가 내놓은 얼굴팩 광고 문구다. 원래는 조미김, 해조류, 건어물 등을 유통하던 중소 수산업체가 돌연 K뷰티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그것도 진주산 진주, 제주산 해조류, 동해안 미네랄 등을 강조하며 ‘자연주의 마스크팩’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호기심 어린 시선이 쏟아졌고, 유통업계에선 “또 하나의 K뷰티 도전자 등장”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K뷰티 시장에 이처럼 ‘의외의 진입자’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엔 화장품은 화장품 회사의 몫이었다면, 지금은 김치업체, 수산물 가공업체, 식음료 브랜드까지 얼굴팩·에센스·비누를 만들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공통점은 ‘천연 원료 기반’ ‘토종 성분 사용’ ‘지역 특산물 활용’ 같은 로컬리즘 전략이다. 얼핏 보면 K뷰티의 차별화 경쟁력과 잘 맞는 듯하지만, 업계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장의 진입 문턱이 낮아진 만큼, 제품 간 품질 격차와 브랜드 신뢰도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 화장품 전문 브랜드들은 긴장하고 있다. 오랜 시간 기술을 축적해온 전문 업체들과 달리, 비화장품 업계에서 뛰어든 신규 플레이어들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빠르게 제품을 출시하고,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간단히 포장한 뒤 온라인 채널로 진입한다. 마케팅은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쇼츠 등으로 공격적으로 벌인다. 소비자들은 ‘K뷰티’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브랜드에 쉽게 관심을 갖지만, 만족도가 따라오지 않을 경우 전체 시장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현상은 ‘K뷰티 쏠림 현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는 저렴하면서도 기능성 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으며 한류 소비재 대표주자로 부상했다. 유럽과 미국은 물론, 동남아·중동·남미에서도 ‘K’ 접두사가 가진 파급력은 상당하다. 이에 따라 본업과 무관한 기업들까지 K뷰티 브랜드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식의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성공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실제로 식품업체가 내놓은 마스크팩의 경우, 일시적인 ‘컬래버레이션 상품’으로 흥미를 끌기는 했지만, 고객 충성도나 재구매율에서는 고전했다. 제품력이 부족하거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모호한 경우, 단기 유행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결국 중요한 건 진정성과 지속 가능성이다. 단순히 트렌드에 편승한 ‘한정판’ 마케팅이 아니라, K뷰티의 본질인 피부 과학 기반 기술, 소비자 니즈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글로벌 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안정성이 뒷받침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수산물로 마스크팩을 만드는 시대, 참신함은 환영받을 수 있지만, 그것이 업계 판을 흔들 정도의 흐름이라면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K뷰티가 ‘누구나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정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시장은 이미 체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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