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학 캠퍼스는 더 이상 교수와 학생만의 공간이 아니다. 그 틈을 인공지능(AI)이 파고들고 있다. 단순한 학습 보조를 넘어 수강 신청, 시험 준비, 과제 관리까지 AI가 대학생의 일상 전반을 관리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지금 대학가는 조용한 전쟁터다. 글로벌 빅테크부터 국내 스타트업까지, AI 기반 ‘에듀테크’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AI 튜터의 일상화다. 대학생 A씨는 매일 아침 전공과목 예습은 물론, 전날 수업 정리까지 AI가 자동으로 요약한 노트를 받아본다. 모의고사도 AI가 출제하고, 오답은 맞춤형 피드백으로 돌아온다. 이전에는 과외나 스터디가 필요한 수준의 학습도 이젠 ‘AI 조교’ 한 명이면 충분하다. 이미 일부 대학교는 자체 AI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외부 솔루션과 협력해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고 성적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AI는 단지 공부만 돕는 것이 아니다. 수강 신청에서부터 졸업 요건 관리, 학업 상담까지도 ‘AI 어드바이저’가 챙겨주는 시대다. 특히 복잡한 수강신청 시즌에는 AI가 학생별 성향, 성적, 시간표를 분석해 ‘가장 유리한 수강 전략’을 제안하고, 인기 강좌의 빈자리까지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이른바 ‘AI 수강 어시스트’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IT기업들의 움직임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네이버클라우드 등 글로벌 및 국내 빅테크 기업들은 앞다퉈 대학 시장을 겨냥한 AI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예컨대 네이버클라우드는 최근 몇몇 대학과 협력해 'AI 기반 스마트 캠퍼스' 구축에 나섰고, 구글은 자사 AI 모델을 활용한 대학 전용 학습 관리 시스템(LMS)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교육용 AI’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물밑 경쟁 중이다.
스타트업들도 공격적이다. 일부 국내 스타트업은 학습 요약, 시험 대비, 논문 작성 보조 등 특정 기능에 특화된 ‘AI 학습 도우미’ 앱을 론칭해 대학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급성장 중이다. 이 앱들은 가격도 저렴하고, UI가 직관적이어서 젊은층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AI 확산에는 우려도 따른다. 대표적인 것이 학습윤리 문제다. 요약, 답안 제시, 자동 과제 작성 보조 기능 등이 악용될 경우, 자칫 ‘표절’이나 ‘대리 작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교수들은 “학생이 AI에게 문제를 풀게 하는 것이 과연 학습인가”라는 문제 제기를 한다. 또, 모든 학생이 동일한 AI 도구에 접근할 수 없는 경우 ‘디지털 교육 격차’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대학 역시 이 같은 상황에 맞춰 변화를 모색 중이다. 어떤 곳은 AI를 수업 운영에 적극 활용하면서 동시에 학생의 사용 이력을 추적해 학습 성실도를 분석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일부 대학은 아예 ‘AI 활용 윤리’라는 교과목을 개설하고, 정식 학점으로 인정하기도 한다. AI와 공존하는 학습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결국,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닌 ‘AI 실험장’이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AI를 쓰는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가가 학업 성취도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 대학생에게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대학가의 경쟁은 성적이 아니라 ‘AI 활용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파고는 더 넓고, 더 빠르게 퍼져갈 것이다. AI, 그 자체가 입시보다 더 치열한 대학 시장의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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