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그룹의 핵심 콘텐츠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의 매각에 나서며, 시장에 강한 충격을 주고 있다. ‘몸값 11조 원’으로 평가되는 이 회사를 판다는 것은 단순한 자산 정리 차원을 넘어, 카카오의 경영 방향과 생존 전략 자체가 근본적으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엔터의 지분 일부 또는 전부를 매각하기 위해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SI) 및 글로벌 사모펀드(PEF)들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기업가치는 약 10조~11조 원 수준. 지분 매각 범위는 유동적이지만, 최대 100% 매각 가능성도 열어둔 채 다각도로 투자자 물색에 나선 상황이다.
카카오엔터는 웹툰, 웹소설, 드라마, 음악 등 콘텐츠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카카오페이지와 멜론, 카카오M 등이 통합되어 만들어졌으며,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승기를 잡으며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존재감을 굳혀왔다. BTS가 소속된 하이브(HYBE)와의 경쟁에서도 주목받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그룹 전체의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성장 정체, 플랫폼 규제, 기술 경쟁력 약화, 핵심 계열사 실적 부진 등 복합적 요인이 겹치며 카카오는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금싸라기’ 자산인 카카오엔터를 매각 대상으로 올린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을 두고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카카오는 2023년부터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사업들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며 재무 건전성 악화가 가속화됐다. 특히 대규모 콘텐츠 제작비와 글로벌 확장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카카오의 순차입금은 최근 급격히 증가했고, 투자자들은 그룹의 장기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카카오엔터 매각은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카드다. 기업가치가 수조 원에 달하는 만큼, 일부 지분 매각만으로도 수조 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카카오의 다른 신사업 정비, 차입금 축소, 투자자 신뢰 회복 등 다방면에서 효과를 낼 수 있는 자금줄이 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이 ‘미래 먹거리’를 포기하는 셈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글로벌 콘텐츠 시장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크고, 카카오엔터는 이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 유력 자산이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 뼈아픈 선택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가 플랫폼 생태계에서 ‘콘텐츠’라는 핵심축을 잃게 되면,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인수 후보로는 글로벌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털, 블랙스톤 등이 거론되며, 일부 국내 대기업 그룹도 컨소시엄 형태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엔터 산업 특성상 ‘경영 연속성’과 ‘콘텐츠 철학’이 중요한 만큼, 카카오 측도 단순한 매각보다는 전략적 파트너십이나 공동 경영 형태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매각은 카카오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의 자산 거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성공적으로 매각이 이뤄질 경우, 카카오는 대규모 유동성 확보와 함께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반면, 무리한 매각으로 핵심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제2의 네이버’가 아닌 ‘지방화된 플랫폼’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존재한다.
카카오의 선택은, 과연 생존을 위한 냉정한 결단일까, 아니면 성장 가능성을 스스로 접는 실기(失期)의 시작일까. 이번 카카오엔터 매각이 국내 IT업계와 콘텐츠 산업에 미칠 파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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