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인 무신사, 당근마켓, 오늘의집이 나란히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성장 우선’ 전략에 따라 공격적 투자를 지속하며 적자를 감수했던 이들 기업이 드디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단순한 회계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익성을 입증한 유니콘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국내 스타트업 전반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
먼저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2024년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무신사는 한때 1조 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로 주목받았지만, 마케팅과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인해 수익성이 늘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며, 자체 브랜드(MPB) 강화와 중소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매출 다각화에 성공했다. 특히 재고 리스크를 줄이고, 소비자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한 전략이 효과를 보며 수익 구조가 안정화됐다.
당근마켓도 비슷한 흐름이다. 지역 기반 중고거래 앱으로 시작한 당근은 한동안 수익 모델 부재로 의문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동네광고’와 ‘비즈프로필’, 지역 커머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안착하면서 드디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특히 플랫폼 내 상점과 전문가, 소상공인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광고 매출의 견조한 성장과 함께 유료 서비스도 점차 확장되며, ‘돈 버는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다.
오늘의집은 인테리어와 가구 중심의 커머스 플랫폼으로, 콘텐츠와 커머스를 접목한 독특한 모델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제품 배송, 시공, A/S 등에서 높은 운영 비용이 발생하며 수익성은 오랜 과제였다. 하지만 최근 자체 물류망 정비, 파트너와의 협업 강화, 사용자 후기 기반 구매전환율 상승 등을 통해 매출 효율성을 높였고, 마침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더불어 B2B 영역 확대와 프리미엄 고객층 공략으로 수익 기반을 넓힌 점도 주효했다.
이 세 기업의 공통점은 ‘거품 걷어내기’ 전략이다. 투자 유치에만 의존하지 않고,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자생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전 세계적인 고금리·저성장 국면 속에서, 스타트업 역시 ‘실적’이라는 냉정한 평가 기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이제는 단순히 가입자 수나 거래액만으로는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며 “수익성 기반 성장 모델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들 기업의 수익 전환은 신규 투자 유치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들은 흑자 전환이 IPO 준비의 핵심 관문으로 여겨지는 만큼, ‘프리 IPO(상장 전 투자)’와 함께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무신사는 최근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며 본격적인 IPO 준비에 나섰고, 오늘의집도 상장을 위한 내부 정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앞으로의 과제도 적지 않다. 외부 투자 없이 자생적 수익 모델을 유지하고, 고정비와 변동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 새로운 수익원을 계속 창출하면서도 기존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는 섬세한 균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단 흑자 전환이라는 상징적 성과를 이뤘다는 점에서, 이들의 다음 행보는 국내 스타트업 전반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무신사, 당근, 오늘의집. 이들은 더 이상 ‘미래만 있는 기업’이 아니다. 실질적 수익을 만들어내며, 이제는 ‘현재를 증명하는 기업’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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