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로 잘 알려진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가 전략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의 대형 상장사 압박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중형 상장사를 정조준하며 세밀하고 정제된 행동주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얼라인의 새로운 타깃팅 방식이 국내 행동주의 시장의 방향성을 바꿀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얼라인은 과거 국민연금과 손잡고 SM엔터테인먼트의 지배구조 개선을 이끈 전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지배구조보다는 주주가치 제고 및 자본 효율 개선에 방점을 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시가총액 5,000억~2조 원 수준의 중형 상장사를 대상으로 ‘낮은 배당성향’, ‘잉여현금 보유 과다’,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 등의 공통된 특징을 분석해 타깃 기업 리스트를 추려내는 방식으로 진화 중이다.
■ ‘대기업 압박’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전환
얼라인은 지난 몇 달간 H사, C사, B사 등 중형 제조·IT·소비재 업체에 잇따라 주주서한을 발송하며 행동에 나섰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현금흐름이 양호하지만 배당은 낮고,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활동이 미진하다는 것이다. 얼라인은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에 소극적인 것은 자본시장에서 재평가받을 기회를 스스로 놓치는 셈”이라며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요구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대기업과의 지분 싸움은 규모·정치적 영향력·복잡한 지배구조 때문에 쉽지 않다”며 “얼라인이 중형사로 시선을 돌린 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현실적 전략’으로 읽힌다”고 설명했다.
■ 공격보다 ‘협의’ 강조…달라진 행동주의 코드
얼라인은 예전보다 공세적인 언론전과 공개 압박은 줄이고, IR(기업설명회), 이사회 면담, 정기 서한 등을 통해 비공식 루트를 통한 협의를 늘리고 있다. 이는 과거 ‘갈등 중심’의 행동주의와 달리, 대화와 설득을 통해 기업 스스로 개선책을 내놓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최근 얼라인의 타깃이 된 모 상장사는 “펀드 측이 요구사항을 문서로 전달한 후, 경영진과 수차례 미팅을 진행했으며 공개 충돌보다는 공동 이익 도출을 지향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기업은 이후 배당성향 확대와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며 주가가 한 달 새 15% 이상 오르기도 했다.
■ 자산효율성·밸류에이션에 ‘레이다’ 집중
얼라인은 표면적으로는 주주환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된 우량 중소형주 발굴에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보인다. 예컨대 순현금이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4~0.5 수준에 머무는 종목,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양호한데도 배당이 미미한 종목 등이 주요 타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얼라인이 국내 시장에 널려 있는 가치주, 특히 자산효율성이 낮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잠재적 리레이팅(재평가)**을 유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는 단기 시세 차익보다는 기업 본연의 밸류에이션 정상화를 통해 중장기 수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시장과 주주들의 반응은 ‘긍정적’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기업들의 경계심은 여전하지만, 최근 흐름은 다소 달라지고 있다. 특히 기관투자자, 개인 주주 사이에서는 얼라인의 전략이 ‘이기적 투기’가 아닌 ‘지속가능한 투자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 중형 상장사 CFO는 “얼라인의 접근은 예전처럼 적대적인 방식이 아니라,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주주 공동의 요구와 결을 같이한다”며 “경영진 입장에서도 무조건 거부보다는 수용할 여지를 고민하게 된다”고 전했다.
■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의 시험대
얼라인의 이번 전략 변화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 시장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경영권 분쟁이나 특수관계자 거래를 이슈화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기업의 ‘자본 효율성’과 ‘시장 신뢰 회복’을 키워드로 한 정공법형 행동주의가 부상하는 추세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얼라인이 성과를 입증한다면, 향후 더 많은 펀드가 중소형 우량 기업을 대상으로 행동주의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국내 자본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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