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투숙만으로 ‘호캉스’의 상징이던 제주 5성급 호텔 가격이 1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성수기·비성수기 구분이 무색해질 정도로 숙박 요금이 하향 안정세를 이어가면서, 업계는 공급 과잉과 여행 트렌드 변화의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숙박 예약 플랫폼들에 따르면, 2024년 4월 기준 제주지역 주요 5성급 호텔의 1박 요금은 주중 기준 10만~15만 원대에 형성돼 있다. 일부 비수기 특가는 주말에도 20만 원 이하로 예약이 가능하며, 이는 팬데믹 직후 내국인 수요가 폭증했던 2022년과 비교해 최대 60%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다.
■ 5성급 호텔, 이젠 ‘가성비 숙소’?
대표적인 고급 리조트 브랜드들 역시 가격 방어에 실패하고 있다. 서귀포 중문권의 한 특급 호텔은 2인 조식 포함 기준 주중 요금이 13만 원에 판매 중이며, 성산·표선 지역 일부 5성급 호텔은 10만 원 이하 특가를 내놓기도 했다. ‘럭셔리’ 이미지의 상징이던 5성급 숙박이 이젠 가성비 여행객의 선택지로 전락한 셈이다.
한 OTA(온라인여행사) 관계자는 “예약률을 유지하기 위해 주중·비수기 할인을 확대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높은 가격을 유지하면 공실률이 감당이 안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제주 내 특급호텔 평균 객실 가동률은 40~50% 수준에 그치며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해외여행 회복 + 내국인 수요 둔화 ‘이중 타격’
숙박료 하락의 근본 원인은 수요 감소다. 2023년 이후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회복되면서,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 수가 예년보다 줄었고, 이에 따라 고급 숙박시설의 수요도 눈에 띄게 위축됐다. 1인·2인 여행객 증가, 가성비 숙소 선호, 호캉스보다 체험·자연 중심의 여행 확대 등 여행 패턴 변화도 영향을 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제주 방문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8% 줄었으며, 특히 20~30대 여행객 감소폭이 컸다. 이는 고급 숙박보다는 게스트하우스, 펜션, 에어비앤비 등 저가 숙소를 선호하는 층이 빠져나간 결과로 분석된다.
■ 공급 과잉 문제도 심화
한편, 호텔 공급 증가도 가격 하락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팬데믹 기간 동안 내국인 관광 특수를 기대하며 제주 내 특급호텔 신규 오픈이 잇따랐고, 대형 리조트 체인들도 시설 확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해외 수요 회복 속도는 더뎠고, 내수는 위축되며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2021~2022년 중문·애월 일대에만 수천 실 규모의 신규 객실이 공급됐다”며 “수요 대비 과잉공급 상황에서 5성급 호텔들도 저가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 고급화 vs 체질개선…호텔업계 전략 분화
이러한 시장 변화 속에서 호텔업계의 대응 전략은 양극화되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럭셔리 이미지 유지를 위한 ‘서비스 고급화’**를 선택하고, 특화 콘텐츠·웰니스 프로그램·미쉐린급 레스토랑 유치 등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일부는 객실당 운영비용을 낮추고, OTA 중심 판매·패키지 특가 확대로 볼륨 기반의 저가 경쟁에 나서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고급 호텔도 생존을 위해 중저가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단기적 수익보다 브랜드 유지와 장기고객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내부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관광업계 전문가들은 제주 호텔 시장이 현재 ‘가격 중심 재편기’를 지나고 있으며, 향후 내국인 중심에서 외국인 관광객 수요 전환이 가능할 경우 반등 여지가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고급 숙박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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