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외식시장에서 '국민주(酒)'로 불렸던 소주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통계청과 주류업계에 따르면, 음식점에서의 소주 판매가 7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며 외식주류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2024년 3월 기준, 전국 음식점에서 소비된 소주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째 하락세로, 외식 주류 중 유일하게 지속적인 감소를 기록 중이다. 반면, 맥주와 와인, 하이볼류(소주 베이스 혼합주)의 소비는 소폭 증가했다.
■ “회식도 줄고, 취향도 달라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소주 소비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회식 문화의 변화와 소비자 기호 다변화를 꼽는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바뀐 사회 분위기로 인해 강제적 음주 문화가 약화됐고,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주=부담스러운 술’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외식 현장에서의 소주 주문이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고깃집 점주는 “예전에는 회식 손님이 3병, 4병씩 시키던 소주가 요즘은 1~2병에 그친다”며 “최근엔 아예 맥주나 하이볼만 시키는 테이블도 늘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MZ세대를 중심으로 과음을 피하고 가볍게 한두 잔 즐기는 음주 문화가 확산되면서, 도수 높은 소주보다는 탄산과 향이 가미된 저도주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 하이볼·수입주류 공세에 ‘낀 소주’
소주의 하락세는 단순한 소비 위축에 그치지 않는다. 경쟁 주류 제품들의 약진 속에, 전통적인 소주의 포지션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편의점과 음식점에서 모두 하이볼, RTD(Ready to Drink) 음료, 수입 맥주 등이 인기를 끌면서, 소주의 시장 점유율이 서서히 잠식당하고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는 여전히 생산량 기준으로는 압도적이지만,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변화에는 다소 뒤처졌다”며 “하이볼은 조합의 다양성, 와인은 이미지와 분위기, 맥주는 대중성이라는 강점을 갖는데 반해, 소주는 전통성과 가격 외에 차별점이 약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제조사는 리뉴얼, 음식점은 재편 고민
이 같은 흐름 속에 주류 제조사들도 잇따라 대응에 나섰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등은 과일소주·저도주 라인업을 강화하고,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젊은 소비자층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무알콜 소주’ 콘셉트까지 테스트되고 있으며, ‘병’ 중심에서 ‘캔’ 형태의 패키징으로 변화를 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음식점들은 보다 현실적인 고민에 직면해 있다. 전통적인 한식집이나 고깃집의 경우, 소주는 기본 세트처럼 취급되던 음료였지만, 이제는 맥주, 탄산, 저도주, 하이볼 등 주류 구성을 재편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도권의 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관계자는 “소주 판매량이 줄면 객단가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메뉴 구성이나 마케팅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구조적 변화 vs 일시적 조정?
일각에서는 소주 소비 감소가 일시적인 경기 위축이나 외식 소비 둔화에 따른 반사 효과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고물가로 인한 외식 횟수 자체가 줄면서, 동반 소비되는 소주 수요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음식점에서의 전체 주류 판매량도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다 구조적인 트렌드 변화라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김민주 연구위원은 “소주는 여전히 강력한 상징성과 보급력을 갖고 있지만, 20~30대 소비자들에게는 ‘첫 선택지’가 아니게 된 지 오래”라며 “브랜드와 음용 방식, 제품 포지셔닝 전반에 대한 혁신 없이는 하락세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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