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전방위 압박에도 손 못 대는 중국의 전략 무기
미국이 수년간 중국을 상대로 관세 폭탄과 반도체 공급망 고립 전략을 쏟아붓는 동안, 유일하게 건드리지 못했던 게 있다. 바로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이다.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군수장비, 반도체, 풍력터빈에 이르기까지 첨단 산업의 필수 원소다. 이 민감한 광물이 글로벌 공급의 7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는 이른바 ‘희토류 목줄’을 중국에 잡힌 셈이다. 심지어 중국과 맞대응 일색이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조차, 희토류 문제만큼은 섣불리 나서지 못할 만큼 그 영향력은 실로 압도적이다.
본론: 미국도 두 손 든 희토류 공급망의 현실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는 이름 그대로 지구상에서 희귀할 뿐만 아니라, 추출과 정제에도 막대한 비용과 환경오염 부담이 따른다. 따라서 채굴보다 더 중요한 건 ‘정제 기술’인데, 중국은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85%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과 EU가 자국 내 채굴 프로젝트를 추진해도, 중국 정제를 통하지 않고는 실제 산업에 쓸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2018~2020년), 미국은 ‘무역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대한 전방위 경제 압박을 단행했다. 그러나 2019년 5월, 화웨이 제재 강화 직후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가능성을 시사하자, 미국 시장은 일제히 흔들렸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희토류는 전략적 예외”라는 언급을 내놓으며, 해당 분야만큼은 실질적 제재를 시도하지 못했다. 미 국방부도 같은 시기 “희토류의 대체 공급망은 아직 요원하다”며 전략 비축과 공급선 다변화 계획을 의회에 보고한 바 있다.
최근에도 이러한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은 계속해서 세계 경제에 긴장을 주고 있다. 2023년 말,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 같은 핵심 희토금속의 수출을 통제하며 다시 한 번 전 세계 공급망에 경고를 보냈고, 이는 미·일·EU 기술주에 직접적 타격을 입혔다.
결론: 희토류는 기술전쟁 시대의 ‘지정학적 카드’
중국의 희토류 패권은 단순한 자원 우위가 아니다. 이는 세계 공급망을 지렛대로 외교·안보·경제를 통합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지정학적 카드’다. 미국은 이를 벗어나기 위해 호주, 캐나다, 아프리카 등과의 희토류 채굴 협력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제 기술, 환경규제, 수요 대비 생산력 등에서 중국을 대체하기는 여전히 요원하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국내 기업들 역시 배터리, 반도체, 방산 등 희토류 수요가 폭증하는 분야에 몰려 있으나, 대부분 원료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핵심광물 전략비축’ 확대, 희토류 국산화 기술개발, 수입선 다변화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실효적 수준은 아니다.
결국 희토류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국가 간 경제 패권의 실질적 기준이 되는 ‘21세기형 전략무기’다. 중국은 이를 단순한 수출입 품목이 아닌, ‘정치적 옵션’으로 다룬다. 그리고 이는, ‘막무가내’로 통했던 트럼프조차 쉽사리 건드릴 수 없었던 절대 카드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는 중국이 쥔 희토류 레버리지 앞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 다같이 경제 공부 > ■ 뉴스 및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자값 1kg에 984원…“이렇게 싼 게 맞나?” 연중 최저가 배경은? (3) | 2025.06.12 |
---|---|
반토막 난 연어값…아시아 수요↓·미국 관세↑에 ‘이중고’ (1) | 2025.06.12 |
국산신약 3총사, 연매출 1조원 눈앞…글로벌 무대 정조준 (2) | 2025.06.12 |
외국인 4조 순매수…“코스피 3000 간다” 베팅, 진짜 돈이 움직인다 (3) | 2025.06.12 |
“코스피 5000, 5년 내 가능하다”…전문가 60%의 낙관 속 전제조건은? (0) | 2025.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