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강업계, 특히 포스코가 모처럼 반가운 소식을 맞이했다. 중국이 자국 내 조선용 후판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후판 시장에 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이 기회를 활용해 조선용 후판 가격을 인상했고, 업계는 이를 두고 "오랜 기간 눌려 있던 가격 정상화의 신호탄"이라 평가하고 있다.
조선용 후판은 선박의 외벽과 구조물에 사용되는 두꺼운 강판을 말한다. 후판 가격은 조선산업 원가 구조의 핵심 변수 중 하나로, 그동안 과잉 공급과 치열한 가격 경쟁 탓에 장기간 저가에 묶여 있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은 막대한 생산량을 바탕으로 초저가 공세를 이어오며 글로벌 후판 시장을 왜곡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는 국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자국 생산 조선용 후판에 대해 최대 30% 수준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중국 내 후판 가격 상승을 유도하고, 수출 여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자연스럽게 국제 시장에서 중국산 저가 후판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한국과 일본 등 주요 후판 제조사들이 가격 주도권을 다시 확보하게 된 것이다.
포스코는 이런 시장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최근 주요 조선사들과의 가격 재협상에서 후판 가격을 톤당 평균 10만 원 이상 인상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수년간 억눌려 온 후판 가격 구조를 정상화하는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상으로 포스코는 수익성 개선은 물론,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이 가중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불가피한 조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조선업계도 친환경 선박 전환과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이라는 대전환기에 접어든 만큼, 고품질 후판 확보가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품질과 가격 모두를 고려할 때, 포스코 등 국내 후판 제조사의 안정적 공급망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포스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다른 후판 제조사들도 가격 인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후판 시장에서도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입지가 다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2~3년간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산 후판의 전략적 가치가 한층 부각될 전망이다.
다만, 단순한 가격 인상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판 시장은 여전히 수급 변동성이 크고, 중국이 언제든 가격 공세를 재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품질 고급화, 생산 공정 효율화, 공급망 다변화 등 근본적 경쟁력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한 글로벌 친환경 규제 강화 흐름에 발맞춰, 저탄소 후판 개발 경쟁도 가속화해야 한다. 특히 조선사들이 LNG선, 암모니아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후판 역시 고기능·고강도·친환경 제품으로 진화해야 한다. 포스코는 이미 '넷제로(Net-Zero) 철강' 개발을 선언하고, 친환경 후판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정부 차원의 지원도 요구되고 있다. 철강산업은 여전히 탄소배출 비중이 높아 각종 규제 대상이지만, 동시에 조선, 건설, 자동차 등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업종이다. 따라서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친환경 전환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과 연구개발 지원 등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이번 중국발 반덤핑 관세는 단순한 가격 상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글로벌 공급망이 새롭게 재편되는 시점에서, 포스코와 한국 철강업계는 이 기회를 '구조적 경쟁력 강화'로 연결지어야 한다. 품질, 친환경성, 공급망 신뢰도 모두를 갖춘 'K-후판'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날이 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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