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은 예외”라는 말조차 흔들리고 있습니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상승세를 주도하던 강남권에서조차 거래가 둔화되고, 호가가 낮아지는 분위기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가 2024년 3월 말부터 시행한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조치 이후, 서울 전반의 주택시장에 뚜렷한 ‘진정세’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시행 한 달, 과연 이 흐름은 일시적 조정일까요, 아니면 고점 신호일까요?
토지거래허가제는 특정 지역 내 부동산 거래 시 관할 구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입니다. 2020년에도 한 차례 도입돼 단기 효과를 보였고, 이번에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등 서울 핵심 지역 대부분이 규제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성 매입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다주택자와 외지인의 진입이 어려워졌고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강남3구 거래량은 절반 이하로 급감했습니다. 4월 한 달 동안 압구정, 대치, 반포 등 핵심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거의 끊겼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단지는 급매물이 등장하는 등 ‘관망기조’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중개업소들은 “매도자는 호가를 유지하고, 매수자는 관망하는 팽팽한 정체 상태”라고 전합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거래 건수는 규제 전 대비 60% 이상 감소했습니다.
강북이나 비강남권 역시 여파를 받고 있습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이자 ‘키 맞추기 상승’을 기대하던 지역들에서도 매수세가 주춤하고 있으며, 고금리 부담이 여전한 가운데 규제까지 강화되자 실수요자조차 시장 진입을 주저하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정부 입장에서는 일정 부분 의도된 효과로 볼 수 있습니다. 그간 서울 부동산 시장은 2023년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이며 다시 과열 조짐을 보였습니다. 금리 인하 기대감, 대출 규제 완화, 공급 부족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다시 뛰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등과 같은 규제 완화 기조 속에서도 ‘투기 수요는 차단한다’는 이중 전략을 펼쳐왔고, 이번 토지거래허가제는 그 대표적 카드였습니다.
문제는 이 진정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입니다.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갈래로 전망합니다.
첫째, 단기 조정 후 재반등론입니다. 강남권의 학군, 입지, 인프라 프리미엄은 여전하며, 공급 부족과 금리 하락이 현실화되면 다시 수요가 살아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둘째는 상승 피로에 따른 자연 조정론입니다. 작년 하반기부터의 급등세에 피로감이 쌓인 데다, 실제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고점 인식’이 확산되며 당분간은 박스권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셋째는 본격적인 하락 전환론입니다. 고금리 지속, 가계부채 부담, 경기 둔화, 전세 시장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특히 고가 주택 중심의 가격 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변수는 금리와 공급입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이 미치는 심리적 효과,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 그리고 오는 총선 이후의 부동산 정책 기조 변화 등이 시장의 방향성을 가를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
결국 이번 토지거래허가제 확대는 단기적으로는 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성공한 듯 보입니다. 그러나 ‘실수요 보호와 투기 차단’이라는 정책 목적이 장기적으로 작동하려면 시장 신뢰 확보, 예측 가능한 정책 운영, 지속가능한 공급 전략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강남이 멈칫한 지금, 서울 부동산 시장은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진정세는 시작일 뿐, 이 흐름이 어디로 향할지는 결국 정책과 수요의 균형에 달려 있습니다.
'◆ 다같이 경제 공부 > ■ 뉴스 및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기 침체 우려 속 반사이익… 美 ‘짠물 소비주’가 뜬다 (0) | 2025.04.25 |
---|---|
‘셀 코리아’에도 끄떡없다… 외국인 매도 속 빛난 네이버·한화에어로·크래프톤의 저력 (0) | 2025.04.25 |
알리·테무에 이어 징둥닷컴까지… 상륙 C커머스 전선에 뛰어든 ‘삼두마차’ (0) | 2025.04.25 |
교보생명, '비보험' 확대와 지주사 전환으로 체질 바꾼다 (0) | 2025.04.25 |
AI가 견인하는 반도체 수요… 日, 원전 재가동 서두르는 이유 (0) | 2025.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