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분기, 코스피가 심리적 지지선인 2,500선을 가까스로 방어하며 반등 흐름을 탔다. 그 배경에는 외국인 매수세와 함께, 조용히 **국민연금의 '시장 안정화 역할'**이 있었다. 실제로 기관 중 유일하게 꾸준한 순매수를 기록한 곳은 국민연금이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연금의 ‘매수 여력’이 바닥났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식시장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 1분기 5조 쏟아부은 국민연금…지금은 ‘관망’
국민연금은 2025년 1~3월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 약 5조 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그 결과, 연기금 전체의 국내주식 투자 수익률은 플러스로 전환되며 위기감을 어느 정도 완화시켰다.
하지만 4월 들어 국민연금은 매수세를 거의 멈추고, 중립적 스탠스로 돌아선 모습이다. 일부 거래일엔 되레 소폭 순매도로 전환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국민연금이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는 말이 나온다.
■ 연간 한도 6.9%…국내주식 비중 한계 도달
가장 큰 이유는 국민연금의 정해진 자산배분 한도다.
국민연금은 매년 전략적 자산배분(SAA)에 따라 자산군별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데, 2025년 기준 국내주식 비중 목표는 약 16.8%, 허용 한도는 ±2%p 수준이다. 즉, 최대 18.8%까지만 국내주식에 담을 수 있는데, 현재 실현 비중이 18.7%에 육박한 상황이다.
이미 목표치 상단에 거의 도달했기 때문에, 추가 매수는 사실상 어렵다는 뜻이다. 만약 주가가 더 올라 비중이 초과된다면 오히려 리밸런싱 차원의 매도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매수의 마지막 보루’였던 국민연금의 변화
외국인은 환율과 미국 금리, 글로벌 이슈에 따라 움직이기에 일관된 수급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동안 시장의 심리적 버팀목 역할을 해온 국민연금이 빠지게 되면, 수급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4년 말부터 코스피 대형주가 하락했을 때,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등 대표 우량주를 집중 매수하며 시장 하단을 방어해줬다. 이런 ‘수급 방화벽’이 사라질 조짐이 보이자, 시장엔 다시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 수익률과 매수여력의 딜레마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은 기본적으로 장기 안정성과 수익률을 중심으로 한다.
하지만 시장이 급락할 땐 안정자산에서 주식으로 리밸런싱하면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시장 안정기금’ 역할도 기대받는다.
문제는 이 두 역할이 충돌할 때다.
지금처럼 매수 한도에 도달한 상황에서, 시장이 추가 하락하면 국민연금은 더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다. 반대로 주가가 반등해 비중이 초과되면 오히려 매도에 나서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이 딜레마가 2분기 국내 증시에 미묘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 다른 연기금은 ‘눈치보기’…기금 동맹 가능할까?
국민연금 외에 사학연금,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등 다른 연기금들도 주식 비중을 줄여온 상태다. 특히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작년 하반기부터 주식 손실을 줄이기 위해 보수적 포트폴리오로 전환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외 연기금들도 시장 안정화를 위해 다시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이들 기관은 자체 수익률 압박과 기금 구조상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해, 당장 수급을 대신할 동맹을 구성하긴 쉽지 않다.
■ 정부 대응도 조심스러워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시장 급락 시에만 ‘시장안정조치’를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의 자율적 운용이 원칙이기 때문에, 당국이 나서서 기금 매수 확대를 주문하긴 어려운 구조다.
때문에 향후에는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전략 변경, 혹은 일정 수준의 비중 유연성 확대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는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급한 불은 껐지만, 장기적으론 더 큰 고민이 남았다. 국민연금의 매수 여력이 바닥난 지금, 시장은 다음 '큰 손'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수급 없이 버티는 증시, 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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