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엔 다이소! ‘4조 매출 클럽’ 눈앞…가성비 왕국의 반격

불황이 길어질수록 강해지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다이소다. 고물가, 고금리에 지갑이 꽉 닫힌 요즘, 소비자들이 발걸음을 향하는 곳은 백화점도, 대형마트도 아닌 ‘가성비의 성지’ 다이소다.

2024년 다이소는 전년 대비 매출 12% 가까이 늘어난 3조8천억 원을 달성하며, 국내 유통업계에서 보기 드문 성장세를 보였다. 이제 ‘4조 매출 클럽’ 가입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 “다이소 갈까?”가 일상이 된 시대

누군가는 농담처럼 말한다. “다이소에 필요한 걸 사러 가면 안 되고, 그냥 가야 한다”고. 그 말처럼 다이소는 어느새 쇼핑 명소가 됐다. 필요한 것보다 ‘좋은 게 보이면 사는 곳’, 소비 욕구를 적은 돈으로 해소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2024년 다이소의 성장 비결은 단순했다. 불황기 소비 심리를 정확히 겨냥한 초저가 전략과 트렌드 감각이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1,000원짜리 생활용품 하나에도 미니멀한 디자인, SNS 감성, 실용성까지 갖췄다. 심지어 3,000원짜리 미니가습기, 5,000원짜리 디지털 타이머 등 **‘소확템’**이 젊은 세대에게도 인기다.

■ 전국 1,500개 매장, 무섭게 늘어난 회전율

다이소는 현재 전국 1,500개 이상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예전에는 주택가 위주였던 입점 전략이 이제는 역세권, 대형 쇼핑몰, 심지어 관광지까지 확장됐다. ‘생활 잡화점’에서 ‘전국민 쇼핑 거점’으로 변모한 셈이다.

매장의 회전율도 가파르다. 2024년 한 해에만 약 400개 품목이 신제품으로 교체됐고, 시즌 아이템도 폭발적으로 반응을 얻었다. 여름에는 미니 선풍기, 겨울에는 미니 전기방석, 연말엔 크리스마스 굿즈까지. 1,000~5,000원 사이의 가격대는 충동구매를 유도하기에 완벽하다.

■ MZ세대가 열광하는 ‘레트로 감성’

흥미로운 점은 MZ세대의 소비층 유입이다. 다이소는 그저 저렴한 곳이라는 이미지를 넘어, ‘귀엽고 센스 있는 굿즈 천국’으로 자리잡았다. SNS에선 “다꾸(다이어리 꾸미기)템은 무조건 다이소에서 사야 제맛”이라는 말이 돌고, 다이소 스티커, 마스킹테이프, 문구류는 매 시즌 완판 행진이다.

최근에는 콜라보 제품도 활발하다. 뽀로로, 라이언, 짱구 등 인기 캐릭터와 협업해 한정판 굿즈를 내놓고, 이게 중고 거래 시장에서 웃돈까지 붙는다. 한 마디로 “싸지만 힙한” 브랜드가 된 것이다.

■ 공급망 리스크에도 강한 유통 구조

전 세계 물류난과 원가 상승, 환율 변동에도 불구하고 다이소가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자체 유통망에 있다.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HMP는 수입부터 자체 기획·생산, 물류, 유통까지 대부분을 수직계열화해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또한, **국내 중소기업 제품 비중이 70%**에 달하면서 안정적인 공급과 상생 구조도 갖췄다. 이는 ESG 경영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요소다.

■ 불황에 웃는 몇 안 되는 유통 브랜드

2024년 국내 유통업계는 전반적으로 어려웠다. 대형마트는 매출 감소에 시달렸고, 백화점 역시 명품 외에는 부진했다. 하지만 다이소는 불황기에도 연 매출 4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며 역주행 중이다.

특히 ‘체감 물가가 너무 높다’는 요즘,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대안을 찾고 있다. 다이소는 이 틈을 정확히 파고들며, 단지 가격만이 아닌 심리적 만족까지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 “싸다고 다 같은 다이소는 아니다”

다이소는 단지 싸다고 성공한 게 아니다. 싼 가격에 예쁘고 실용적인 제품, 그리고 매 시즌 빠르게 변하는 상품 구성으로 소비자의 반복 방문을 유도한다. 이 모든 걸 뒷받침하는 건 철저하게 효율화된 유통과 재고 시스템이다.

2025년, 다이소는 더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해외 진출 확대, 전용 앱 통한 모바일 쇼핑 강화, 프리미엄 라인 출시까지 다양한 전략이 준비 중이다.

다이소는 이제 ‘잡화점’이 아니다. 불황기 소비자 심리를 읽는 공감형 유통 브랜드로, 4조 매출은 시작일 뿐이다. 싸지만 강한, 작지만 거대한 다이소의 다음 스텝이 기대되는 이유다.